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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꿈 찾아 한국 온 이케빈, 데뷔 무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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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SK투수 이케빈. 2019. 6. 4.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화=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SK 투수 이케빈(27)이 다시 1군 무대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손 부상으로 잠시 놓았던 공도 다시 잡았다.

이케빈은 지난 4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로 깜짝 등판해 3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3회 이정후의 타구에 손등을 맞았지만 4회에도 등판해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열정 하나 만큼은 KBO리그 첫 1군 무대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1군 생활은 길지 않았다. 다음날 바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12일 오후 강화에 위치한 SK퓨처스파크에서 이케빈을 만났다. 타구에 맞은 손의 상태와 평생 잊지 못할 1군 무대의 짜릿한 기억이 궁금했다. 이케빈은 자신의 손을 보여주었다. 미세하게 손등이 부은 상태지만 정상에 가까워 보였다. 이제 통증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연습경기에 한차례 등판했다.

이케빈에게 데뷔전에서 3회 손등을 맞은 뒤, 4회에도 오른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3회를 마치니 손혁 코치님이 ‘수고했다’고 했다. 그만 던지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계속 던지겠다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 속으론 죽어도 끝까지 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3회까지 140㎞대 중반을 찍었던 그의 직구 스피드는 부상 이후 130㎞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던졌다.

당시 통증이 어땠는지 물었다. 그는 “맞는 순간 아픈 것 보다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4회 마운드에서 던질 때는 손가락이 마비된 것처럼 감각이 없었다. 스트라이크만 던지기 위해 집중했다”라고 상기했다.

사실 이케빈은 사구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 타구에 눈 주변을 맞아 4차례나 큰 수술을 했다. 야구를 포기할만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야구의 꿈을 놓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외에도 야구를 포기할만한 지점은 많았다. 그는 미국에서 고교졸업 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지만, 지명받지 못했고 대학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한국 무대. 그는 국내에서 고양 원더스, 연천 미라클을 전전했다. 이후 삼성의 지명을 받았지만 3년간 2군에만 머물다 방출됐다. 이쯤되면 포기할 하지만 또 도전했고 SK구단의 테스트를 거쳐 다시 공을 잡았다.

왜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야구 이상 가슴을 뛰게 하는게 없다”고 말하며 “경기에 들어가면 다른 건 전혀 보이지 않고 공과 타자만 보인다”고 했다. 눈 수술을 했을 때는 “억울해서 그만두지 않았다”고 했다.

이케빈의 1군 데뷔전에서 눈길을 끄는게 하나 더 있다. 그가 던진 직구는 일반적인 포심 패스트볼이 아니었다. 전부 투심패스트볼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부터 투심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구종이었다고 했다. 투심과 포심의 구속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공 끝에 변화가 있는 투심을 갈고 닦았다는 것. 초반엔 양쪽 실밥 안쪽에 손가락을 넣는 무심 패스트볼 방식으로 던지다가 지금은 실밥을 약간 걸쳐 던진다고 했다. 그랬더니 각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케빈은 KBO 데뷔전을 준비하며 전혀 떨리지 않았다는 독특한 고백도 했다. 2군 경기 등판을 앞두곤 잠이 안왔는데, 1군 등판 전날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며 열시간 가깝게 숙면을 취했다는 것. 1군 경기장의 화려한 조명과 소음도 방해가 아닌 경기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다시 1군 무대에 선다면 “데뷔전 보다 더 자신있게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투구하겠다”고 힘있게 말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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