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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재치와 웃음…마지막까지 긍정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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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달성한 한국 축구대표팀 환영 행사가 1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이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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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죠. 백성이 있기에 임금이 있는 겁니다."

그는 끝까지 선수들을 생각하는 참된 리더였다. 정정용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 준우승이라는 위업의 영광을 본인보다 그라운드에서 힘차게 뛴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의 가슴 벅찬 발언에 선수들은 감동의 박수를 쳤고, 금의환향한 대표팀을 환영하기 위해 몰려든 축구팬 1000여 명은 환호를 보냈다.

머나먼 타지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리틀 태극전사들이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17일 오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곧바로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해 사전에 마련된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대회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U-20 대표팀을 격려하고,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주관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가인 '승리의 함성'을 부르며 시작됐다. 이후 정 감독, 골든볼의 주인공인 이강인(발렌시아)을 비롯한 선수단 전체 소개와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선수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 젊은 태극전사들은 재치 있는 답변을 쏟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2골 4도움이라는 맹활약을 펼치며 리오넬 메시(2005년) 이후 14년 만에 18세 나이로 골든볼을 수상한 '막내형' 이강인은 "형들 중 누구를 누나에게 소개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형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솔직히 아무도 소개해 주고 싶지 않다"고 답변해 팬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후 "꼭 소개해 주고 싶다면 (전)세진 형이나 (엄)원상이 형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이어 골든볼 수상 소감에 대해서도 "코칭 스태프와 옆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함께 응원해 주신 팬분들 덕분에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은 후 주심에게 애교 어린 제스처를 취했던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는 사회자 요청에 따라 옆자리에 있던 이재익(강원)과 함께 당시 상황을 재연했고 이후 "평소에는 애교가 많다기보다 과묵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정민(리퍼링)은 막내인 이강인의 매력에 대해 "아직 한국말을 하는 게 어눌해서 귀엽기도 하고, 하는 행동 모든 것이 귀엽다"고 말하며 이강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호진(고려대)은 조영욱(서울)의 아르헨티나전 골을 어시스트한 후 조영욱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용돈을 받았다. 용돈으로 얼마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정호진은 망설이다가 "7명의 친구들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해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행사장의 압권은 선수들이 정 감독을 헹가래 하는 모습이었다. "대회를 치르며 아쉬웠던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감독이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을 해서 헹가래를 못 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자 선수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캡틴' 황태현(안산)을 중심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선수들은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을 무대 중앙으로 이끈 뒤 세 차례의 힘찬 헹가래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U-20 대표팀의 한 달여간의 여정은 마무리됐지만, 이들은 앞으로가 시작이다. 이제 젊은 백호들은 각자 소속 팀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경험 삼아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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