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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백성이 있어 임금이 있는 것” 덕장은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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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공항에 축구팬들 몰려…서울광장서 환영행사

정정용 감독 “국민들과 함께 성적을 낸 것 같아 기쁘다”

골든볼 이강인 “월드컵 끝…이제는 방학 즐기고 싶어”

경향신문

신 벗겨져도 좋아…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을 2019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이 경기장에서 받지 못한 헹가래를 선수들로부터 받았다.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표팀 환영 행사 무대에서 헹가래를 받은 정 감독이 벗겨지는 신발을 잡으며 웃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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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팬들의 박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졌다. 인천공항과 서울광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의 발길로 ‘정정용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새삼 확인됐다.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온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의 귀국길은 그야말로 비단길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 16일 막을 내린 U-20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에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돌아왔다.

대표팀은 이날 오전 6시25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취재진뿐 아니라 축구팬들까지 대표팀이 나올 출국 게이트 앞을 장시간 지켰다. 비행기 연착으로 도착이 1시간가량 지연된 가운데서도 팬들의 숫자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1층뿐 아니라 2층도 팬들로 가득 찼다. 몇몇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문구와 꽃다발 등 선물도 준비한 모습이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정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출국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엄청난 환대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던 선수들은 어느새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한축구협회에서 준비한 ‘백호 인형’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파이팅을 외치며 단체 기념 촬영을 했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던 이강인(발렌시아)은 백호 인형으로 살짝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선수들은 준비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낮 12시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환영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서울광장에도 팬들이 적잖았다. 대한축구협회 추산으로는 서울광장에 75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호명에 맞춰 선수들이 단상에 오르는 사이 팬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팬들의 반응이 절정에 이른 것은 대표팀의 에이스 이강인과 정 감독이 단상에 오를 때였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여기 와보니 우리 국민들과 함께 성적을 낸 것 같아 기쁘다. 감사하다”는 말로 벅찬 감정을 전한 정 감독은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고 백성이 있어 임금이 있는 것이라는 옛말이 생각난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임금, 선수들을 백성에 빗댄 말이었다. 다시 한번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대표팀은 40여분간 팬들과 시간을 함께했다. 이강인은 ‘누나가 두 명 있던데 누나들에게 소개해줘도 괜찮은 형이 대표팀에 있나’라는 질문에 “솔직히 아무도 소개해주고 싶지 않다”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꼭 소개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전)세진이 형 아니면 (엄)원상이 형”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그나마 정상인 형들이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강인은 앞선 인터뷰에서 “월드컵이 끝나고 한국에 왔다. 이제는 방학을 좀 즐기고 싶다”고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도 전했다.

정 감독을 향한 선수들의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정 감독이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이번에도 준우승을 해 헹가래를 못했다”고 하자 선수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에게 무대중앙에서 3차례 헹가래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은 팬들 곁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선수들은 따가운 햇살을 맞아가면서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팬들의 사인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맏형’ 조영욱(서울)은 “폴란드에서는 이런 줄 몰랐는데 와보고 많이 놀랐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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