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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SW텔레비전]첫방 ‘지정생존자’, 감독·지진희의 ‘근거 있는’ 자신감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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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60일, 지정생존자’가 국회의사당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을 알렸다.

지난 1일 첫방송된 tvN 새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을 원작으로 원작의 기본 설정은 가져오되 한국 실정에 맞게 ‘로컬화’를 거쳤다.

미국에서는 국가 공식 행사 시 내각 중 1명을 지정생존자로 선정한다. 비밀 장소에 대기하게 하고 정부각료가 변을 당할 경우 지정생존자가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대한민국 헌법 제 71조에 따르면 승계서열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정되며 60일 간 정국을 수습한 후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원작과 달리 ‘60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생긴다. 이같은 차이가 ‘60일, 지정생존자’의 출발점이 됐다.

최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유종선 감독에게 원작과 ‘60일, 지정생존자’의 명확한 차이점을 들어볼 수 있었다. 유 감독은 “국가의 리더가 한날 한시에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상황을 한국에 적용하자니 우리는 헌법에 따라 권한 대행이 이뤄지더라. 60일 안에 권한대행의 리더십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떠밀려 온 지도자가 ‘진짜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상상해봤다.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니 얼마나 절망적일까, 반면 희망은 얼마나 간절해질까 싶더라”고 구상 초기단계를 설명하며 “결국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다. 헌법의 차이가 어떤 일을 불러올지 시청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고 요약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방송 2시간 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서비스된다. 유 감독은 원작을 보면서 리메이크를 꿈꿨고, 한국에 적용할 경우 시간 제한이 생긴다는 자체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60일’이라는 설정에 넷플릭스도 흥미를 보였다는 후문. 유 감독은 “같은 설정,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은 상황 때문에 떠밀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지만 나에겐 자격이 없다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지속한다. 유 감독은 “때론 스스로 리더를 자임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게 세상사다. 연출자의 의도를 배우 지진희가 너무 잘 표현해주고 있다”며 지진희를 ‘최고의 주인공’이라고 극찬했다.

지진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강약조절을 유연하게 오가는 연기력, 강단 있는 목소리,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주인공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원작과 차별점을 두고 있지만, 분위기나 패션 등 기본에 충실했다. 지진희가 가진 ‘신뢰’의 이미지가 박무진 캐릭터와 맞아 떨어진다는 평이다.

배우 스스로도 높은 싱크로율에 ‘근거 있는’ 자신감을 표했다. 지진희는 “객관적으로 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취재진과 제작진, 동료 배우들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원작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 나이나 생김새나 분위기까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보니 더욱 닮아있더라. 정치 욕심도 없고, 오로지 데이터대로 생각하려 하는 객관적인 모습이 그랬다. 나와 잘 맞고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박무진 캐릭터를 소개했다. 원작과의 차별성에 걱정도 앞섰지만 권한대행이 얽혀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재밌게 표현한 대본을 보고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박무진은 연약하지만 연약하지 않은, 단호할 땐 확실히 단호하고 동시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선택을 내리는 인물이라고 예고했다.

첫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시청률 평균 3.4%, 최고 4.7%(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오르며 전작 ‘어비스’에 비해 상승세를 보였다. 지진희는 정치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환경부장관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를 위임받기까지 불안감에서 혼란, 두려움의 감정으로 번지는 섬세한 완급 조절 연기로 박무진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방송 말미 패닉 상태가 된 지진희의 얼굴은 화면 너머까지 그 긴장감이 전해져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지금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는 박 대행입니다"라는 한주승(허준호)의 말을 듣고 바짝 경직된 박무진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국가 안보 관련 참모들과 마주하게 되는 엔딩 장면은 그가 앞으로 겪어야 할 난관을 예고하며 몰입감을 절정으로 높였다.

박무진의 고뇌와 성장은 주변 인물들의 끊임없는 자극이 뒷받침한다. 이준혁, 허준호, 강한나, 배종옥, 김규리, 손석구 등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에 “각자 너무 다른 색깔을 가졌음에도 너무 잘 어우러진다. 다름의 아름다움을 이번 드라마로 처음 느끼고 있다”고 했다.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감독과 배우들은 국내 상황에 맞춘 ‘로컬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감독은 “외교관계, 민주주의 등 요즘 한국 사회와 정치가 세계적으로 더 관심사라 생각한다. 미국 ‘지정 생존자’보다 한국 ‘지정 생존자’가 더 관심 받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첫 방송에서는 국회의사당에 테러가 발생해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 국회의장, 주요 국무위원이 모두 사망하는 충격적 현장이 비춰졌다.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이야기가 ‘60일, 지정생존자’를 통해 펼쳐진다. 과연 절망 속의 희망을 찾으려는 배우들의 고군분투가 국내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끌어낼 수 있을까. 나아가 ‘굿와이프’ ‘마더’ ‘왕이 된 남자’ 등 tvN 리메이크 성공사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60일, 지정생존자’는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 시청자를 찾아간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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