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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감동 남기고 꼴찌로 막 내린 여자수구 ‘한여름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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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향신문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이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15·16위 결정전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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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았던 한여름의 동화가 모두 끝이 났다. 한 계단, 한 계단 꿈을 밟아 올라갔고, 마지막 경기에서 온 힘을 쏟았다. 이제 다시 모이기 힘든 이들은 꿈같은 두 달을 품에 안고 헤어진다.

한국 여자수구대표팀이 ‘4골’을 노렸던 마지막 경기에서 0-30으로 졌다. 22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15·16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0-30으로 져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슛이 여러 개, 골대를 맞힌 슛이 또 여러 개였다. 슈팅 24개를 날렸지만 한 골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대회 직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채 경기에 나선 주전 골키퍼 오희지는 상대의 소나기 슛에 다시 코를 맞아 코피가 나는 바람에 교체되기도 했다.

개막 한 달 전 부랴부랴 구성된 팀

첫 상대 헝가리에 0 대 64 ‘대패’ 후

1·2·3골…성장하는 모습 보여줘


대표팀은 지난 5월 말에야 부랴부랴 구성됐다.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 가능성을 지켜보다 대표팀 결성이 늦어진 것이다. 선수들 대부분이 수구 경험이 거의 없는 경영 선수 출신이다. 본격적인 훈련은 6월2일 시작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헝가리전에서는 0-64로 졌다. 세계선수권 수구 종목 사상 최다 점수차로 패한 기록이었다. 한 골도 못 넣은 것은 물론 슈팅이 3개밖에 없었다.

비극이 될 것 같았던 여자 수구 대표팀의 스토리는 이후 동화로 바뀌었다. 2번째 경기 러시아전에서 4쿼터 종료 4분16초를 남겨두고 경다슬의 첫 골이 나왔다. 골을 넣은 경다슬, 물속의 동료들은 물론 벤치의 선수들까지 한꺼번에 울음을 터뜨린 기적의 골이었다. 1-30으로 졌지만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대표팀은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갔다. B조 조별리그 최종전 캐나다와의 경기에서는 2골을 넣었다. 2-22는 커다란 발전이었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커졌다. 2번째 골을 넣은 이정은은 “이기는 게 아니라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리끼리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 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13~16위 순위결정전에서는 한 골을 더 넣으면서 3-26으로 졌다. 0골에서 1골, 2골에서 3골로 차근차근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대표팀은 마지막 쿠바전에서 온 힘을 다했지만 다시 한번 0패를 당했다.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경기를 치르면서 바닥난 체력이 문제였다.

대회 후 다시 모이기 힘든 선수들

쿠바와 마지막 경기 후 ‘울음 바다’


동화는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오르며 울음바다를 이뤘다.

한국 수구 사상 첫 골을 기록한 경다슬은 “축구로 치자면 일반인이 한 달 훈련하고 메시랑 경기한 것”이라면서 “아쉬움은 없다. 매 순간순간이 내게는 최고였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마치면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전무했던 여자 수구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기 때문에 다시 꾸려지기 힘들다. 오희지는 “수구가 너무 재미있다. 끝나면 클럽팀을 만들어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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