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국 야구의 힘을 일본에 알린 스타는 이영민이었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이영민은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34년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일본 올스타 대결 때 일본 올스타 대표팀에 선발됐다. 식민지 출신이라는 차별 속에 경기 출전 기회가 줄었고 이영민은 이에 반발해 중도 귀국했다. 매년 고교 선수 중 최고의 타자에게 수여하는 상이 ‘이영민 타격상’이다.

야구 한·일전 스타 중 최고 중 한 명은 1982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 결승 일본전에서 극적인 스리런 홈런을 때린 한대화였다. 앞서 나온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에 이어 승부를 가르는 홈런은 경제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80년대 초 한국의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짜릿한 ‘극일의 기억’으로 남았다.

2000년 이후 이승엽은 야구 종목 ‘일본 킬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 역전 결승 2루타를 때려 메달을 결정지었다. 2006년 3월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이승엽은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리는 등 한·일 야구 역사의 아이콘이었다.

2009년 WBC에서는 ‘봉의사’가 탄생했다. 일본전 선발로 나선 봉중근은 1루주자 이치로로 하여금 연거푸 슬라이딩 귀루를 시키는 등 일본전 호투와 함께 ‘봉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5년 11월19일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은 역대 한·일전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0-3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나선 오재원이 안타를 때린 뒤 호쾌한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이후 안타 2개, 사구, 볼넷이 이어지는 집중력으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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