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女복식 김소영·공희용 세계 랭킹 9위, 둘다 공격이 전문
이경원 대표팀 코치가 코트에 나서는 둘을 불러 세웠다. "분위기 어때? 여기가 너희가 올림픽을 해야 할 곳이야."
라켓만 잡으면 찰떡궁합 - '찐빵(얼굴이 빵빵하다고)'과 '띠용(이름이 희용이라서)'으로 통하는 김소영(왼쪽)과 공희용은 라켓을 쥐지 않을 때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팀워크를 다진다. 김소영은 "희용이가 있어 든든하다"고 했고, 공희용은 "언니가 만든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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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뒤 도쿄올림픽이 열릴 그 경기장에서 김소영과 공희용은 기죽지 않고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1·2세트를 연거푸 21―12로 잡으며 43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압도적인 결과에 경기장은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일 관계가 나쁠 때라 긴장이 좀 됐어요. (공)희용이와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우리가 잘하는 걸 하자'고 다짐하고 들어갔습니다. 정말 짜릿한 승리였어요."
13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소영은 현역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2주 전 일본오픈 결승전이라며 활짝 웃었다. 공희용도 "상대가 질릴 정도로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자는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김소영-공희용조는 '닥공(닥치고 공격)' 팀으로 불린다. 여자 복식은 보통 한 명이 공격, 다른 한 명은 수비에 능한 선수로 팀을 구성하는데, 둘은 모두 후위에서 주로 공격을 하던 선수였다. 둘을 한 팀으로 만든 건 올 1월 새로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안재창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한국 배드민턴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한 뒤 지휘봉을 잡은 안 감독은 새 복식 조 구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는 "여자 복식 네 조 중 한 조는 공격 일변도인 팀을 만들어 일본과 중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경험이 풍부한 김소영과 파워가 좋은 공희용을 묶으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안 감독의 구상은 맞아떨어졌다. 전위 플레이어로 변신한 김소영의 적극적인 공격에 상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기회가 나면 공희용이 후위에서 파워 스매시로 마무리했다. 둘은 이미 지난 5월 뉴질랜드오픈에서 '일본 킬러'란 별명을 얻었다. 8강에서 마쓰모토-나가하라, 4강에선 후쿠시마 유키(26)-히로타 사야카(25), 결승에서는 리우올림픽 챔피언 마쓰토모 미사키(27)-다카하시 아야카(29) 조를 차례로 꺾고 우승했다. 현재 세계 여자 복식은 '일본 천하'다. 마쓰모토-나가하라, 마쓰토모-다카하시, 후쿠시마-히로타 조가 나란히 세계 랭킹 1~3위를 달린다. 김소영은 "이긴 만큼 일본에 질 때도 많았다"며 "수비가 좋아 랠리를 길게 가져가는 일본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할 때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둘은 6위 이소희(25)-신승찬(25) 조와 함께 오는 19일 스위스 바젤에서 막을 올리는 BWF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서 자웅을 겨루는 이번 대회는 도쿄올림픽 전초전 성격을 띤다.
배드민턴은 내년 4월까지 쌓은 세계 랭킹 포인트로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복식은 랭킹 8위 안에 들면 한 국가당 두 팀까지 나갈 수 있다.
김소영과 공희용은 둘 다 아직 올림픽 무대에 서 본 적이 없어 특히 각오가 남다르다. 네 살 차이인 둘은 대회에 나가면 같은 방을 쓴다. 김소영은 멍하니 있는 걸 좋아하고, 공희용은 인터넷 검색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쉬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라켓을 잡으면 찰떡궁합이다. "얼마나 친해요?"란 질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힘차게 껴안은 둘은 "도쿄올림픽에 꼭 나가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진천=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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