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동료 콜라시나츠와 칼 들고 덤빈 괴한들 쫓아내자
런던 갱단 조직원들 다시 찾아와 "둘의 모든 걸 빼앗겠다" 협박
이 순간이 악몽의 시작일 줄 꿈에도 몰랐다. 지난달 25일 강도가 칼을 들고 위협하자 콜라시나츠가 바라보는 모습. 콜라시나츠는 맨손으로 맞서 강도들을 쫓아냈다. 하지만 곧 다시 강도들에게 쫓겼고, 이젠 강도들이 속한 조직의 타깃이 돼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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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오후 외질과 콜라시나츠 부부는 외질이 운전하는 검은색 고급 SUV에 타고 런던의 한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외질은 터키계 독일인, 콜라시나츠는 독일 태생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인으로 절친한 사이다. 좁은 길로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헬멧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 두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차를 세우고 칼을 꺼내 들었다. 일촉즉발 순간 콜라시나츠가 차에서 뛰어내려 강도들에게 맞섰다. 키 183㎝에 몸무게 82㎏으로 별명이 '보스니아 헐크'인 콜라시나츠가 휘두르는 맨손 주먹에 강도들이 저항하다 금방 도망가 버렸다. 이 영상이 '강도 제압한 축구 선수들' 같은 제목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특히 콜라시나츠는 가족과 친구를 구한 영웅, 용감한 시민으로 찬사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종종 나올 법한 미담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특히 외질과 콜라시나츠에겐 엄청난 괴담이 됐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외질 일행이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강도들이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해왔다. 외질이 한 터키 음식점에 급히 들어가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서야 둘이 사라졌는데, 당시 목격자는 영국 매체에 "외질이 목숨이 걸린 일인 양 뛰어 왔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8일 밤 외질이 사는 런던의 고급 맨션 앞에서 낯선 남성 둘이 서성이다 경비에게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2주 전 쫓겨난 강도들과 같은 런던 지역 갱단 조직원이 염탐꾼으로 왔다가 잡혔다는 얘기가 나왔다. 집 주소가 노출된 데 깜짝 놀란 외질은 집 밖에 경비원과 경비견을 24시간 세우기로 했다. 이 일 때문에 아스널 구단이 "선수들과 그 가족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둘을 개막 엔트리에서 뺐다.
여기에 동유럽 폭력 조직까지 개입하면서 훈훈한 영웅담이 갱단 전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동유럽 갱단이 "어떤 공격으로도 둘에게 손대지 말라"고 런던 갱단에 경고를 보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두 선수가 동유럽 갱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선은 "보스니아 출신인 콜라시나츠가 북런던에서 발이 넓다"고 썼다. 런던 갱단도 이에 전혀 뒤지지 않을 기세다. '그땐 시계만 노렸지만 이젠 둘의 모든 걸 빼앗겠다'는 경고장을 다시 날렸다.
외질과 콜라시나츠로선 졸지에 고래 싸움을 일으킨 새우 같은 꼴이 됐다. 놀란 콜라시나츠의 아내는 이미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독일로 떠났고, 외질도 아스널을 떠나 미국 프로축구로 적을 옮기고 싶어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낭패를 보게 된 아스널도 울상이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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