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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추젠하우젠] 이명수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의 지원 스테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단의 규모, 예산만큼이나 큰 역할을 차지하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은 유럽 중 가장 많은 9명의 한국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그 중 한국인이 독일에서 당당히 자리 잡아 일하고 있다. 주인공은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 속한 권순민 씨. 권순민 씨는 2004년 홀로 독일에 건너와 물리치료학교를 졸업하며 물리치료사의 길을 걷게 되었고, 김진수의 호펜하임 통역을 거쳐 호펜하임 구단 재활 팀 물리치료사로 활동 중이다.
# 시작은 김진수 통역, 이제는 물리치료사
권순민 씨와 호펜하임의 인연은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2004년 처음 독일 땅을 밟아 하이델베르크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권순민 씨는 하이델베르크에서 30분 떨어진 호펜하임 경기를 자주 찾았다. 평소에도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 이후 2014년 7월, 김진수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하며 호펜하임은 한국인 통역을 구했고, 권순민 씨가 합격자 통보를 받았다.
김진수가 호펜하임에서 뛰는 동안 자신의 전공을 살려 틈틈이 파트타임 물리치료사로 활동했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호펜하임에 자리 잡고 물리치료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3일, 추젠하우젠에 위치한 호펜하임 훈련장에서 권순민 씨를 만났다.
- 호펜하임에서 하는 일을 소개 부탁 드립니다.
직함은 재활 물리치료사이다. 재활 팀에 소속되어서 팀 선수들 중 장기부상으로 인해 훈련을 쉬고 경기를 쉬어야 하는 선수들을 전담해서 치료하고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팀과 동행하는 스케쥴은 아니다. 오전 출근 오후 퇴근이다. 근무시간이 일정하다. 팀에서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나 수술 후 근육 회복이 필요한 경우. 바로 저희 쪽으로 와서 팀 훈련을 소화하지 않고 저희 스케쥴을 따라간 다음에 회복을 하고 팀으로 돌아간다.
- 호펜하임에는 몇 명의 물리치료사가 있나요?
작년에 처음으로 팀 물리치료사가 다 모인 적이 있다. 총 30명이 모였다. 팀에 소속되어 있는 물리치료사는 30명이다. 1군에 4명, 2군에 2명, 19세에 2명, 재활 팀에 5명. 이런 식이다. 나는 이 중 재활 팀에 속해있다.
- 규모가 엄청난 편 아닌가요?
선수에 비하면 치료사가 부족한 편이다. 1군에도 선수가 스물 몇 명인데 전담 트레이너가 4명이다. 그러면 트레이너 인당 6-7명을 담당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는 2-3명이 전체 선수단을 케어 한다던데 저희도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재활 팀을 만들었고, 운영하는 것 같다. 선수들을 외부로 보낸다면 커뮤니케이션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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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펜하임 재활센터 전경 - 그렇다면 하루에 몇 명을 치료하나요?
선수들은 하루에 4명 정도 치료한다. 많게는 5명. 1군부터 U-23, U-19, U-17, U-16, U-15, U-14 선수들을 맡는다. 그 밑도 있는데 여기로 오지 않는다(웃음). 생각해보니 여성 팀 1군, 2군, U-17, 아이스하키팀도 있다. 만하임 아들러라는 팀인데 독일 내에서 유명하다. 같은 SAP 계열 구단이라 저희 쪽으로 온다. 생각보다 일감이 많다. 재활 팀에 소속된 물리치료사는 총 5명이고, 스포츠 트레이너가 2명이다.
- 스포츠 트레이너는 무슨 일을 하나요?
저희는 물리치료사와 스포츠 트레이너의 일이 구분되어 있다. 저는 물리치료사로서 감당해야 할 일. 치료에 의한 운동 정도는 하는데 나머지 재활 치료는 팀 스포츠 트레이너가 담당한다.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치료 후 이 선수가 트레이닝 면에서 이런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트레이너가 봤을 때 '어떤 부분에 통증이 있다더라' 라고 말하면 그것에 집중해서 치료한다. 되게 분리되어 있다. 독일이 전체적으로 일이 구분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 체계적인 보고 시스템, 보직이동도 활발
- 선수 부상 회복 경과는 어떻게 보고 하나요?
1주일에 한 번 씩 재활 팀끼리 미팅이 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은 1군에 소속되어 있는 매니저, 주무, 트레이너가 참석하는 팀 미팅에 가서 전달 사항을 전한다. 또 정기적으로 1군 주치의나 1군 재활 트레이너가 방문하기도 한다.
-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가장 먼저 이곳에 오게 되면 수술 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선수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고. 치료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사실 처음에는 재활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 자유롭게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훈련하고 점차 선수의 회복되는 상황을 봐서 적절하게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 1군 감독과의 트러블은 없는지?
사실 1군 감독이나 코치가 특정 부상 선수를 올리고 싶은데 우리는 아직 이 선수가 회복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해서 기다리는 부분이 서로 어렵다. 선수 본인도 재활 기간이 길면 지치는 경우가 있다. 어느 기간이 지나면 선수도 빨리 훈련에 참가하고 싶고 경기에 뛰고 싶어서 안달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해결해나가야 하는데 참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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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내에서도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호펜하임 - 1군 감독과 실제로 대화를 자주 나누는 편인가요?
제가 직접 1군 감독과 대화를 하거나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먼저 여기 상황을 잘 아는 재활 팀장에게 말한다. 그리고 1군 재활 트레이너가 따로 있다. 아니면 주치의, 수석 물리치료사와 대화를 해서 그분들이 감독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독일은 보고 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가 감독에게 직접 가서 선수 몸상태를 말하면 큰일 난다(웃음).
- 부서 별 보직이동도 활발한가요?
서로 보직이동도 있다. 얼마 전까지 1군 물리치료사로 일하던 두 명의 친구가 있는데 다른 팀으로 이직해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고, 급하게 누가 그만두면 충당하기도 한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국제유스대회를 간적 있는데 이런식으로 필요한 부서가 있으면 얼마든지 서로 도와준다.
# 이런 치료법도 있구나 싶다...한국에 도움 되고 싶어
- 꾸준히 자기계발을 이어가고 있는 편인가요?
지금도 물리치료사로서 발전해나가려고 세미나도 나가고 교육도 듣고 자격증도 딴다. 한국도 보수교육이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은 세미나가 굉장히 많다. 축구에 관련된 사람들끼리 모여서 컨퍼런스를 열기도 한다. 매 해 분데스리가 각 팀마다 돌면서 한다. 작년에는 마인츠에서 했다. 논문도 발표하고 치료하는 결과와 경과들로 인해 이런 치료법들, 예를들면 십자인대에 관련된 치료 결과를 보고하며 '이렇게 했더니 좀 더 좋은 영향이 있더라' 라고 이야기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그런다.
- 가장 신기했던 케이스는?
신경과 혈관을 갖고 치료 하는 것이다. '저 치료는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치료법을 만든 물리치료사가 있다. 그분이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근육이란 것이 신경과 혈관이 다 연결되어 있고 그 둘로 인해 근육이 영양을 공급받는다. 근육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과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다. 혈관을 늘려주고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그렇게 치료하는 것인데 나중에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원리를 생각하기 쉽지 않은데 본인의 치료법을 만들어서 알리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 팀 내에서 신기한 직종도 있는지
호펜하임은 선수들의 심리치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전담 팀을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젖산 테스트, 점프 테스트와 몸의 유연성 테스트를 측정한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쌓아가고, 전 시즌과 비교해서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깜깜한 방에 경기 영상을 틀어 놓고 선수들의 반응을 훈련하기도 한다. 그 방에 들어가 있으면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환호성도 들리고 그런 정신없는 와중에 선수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훈련한다. 확실히 호펜하임이 기계적인 부분에서 앞서가는 것 같다. 유스 팀은 개인 트레이너가 있다.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 선수에게 따로 붙어서 결정력을 높이기 위한 트레이닝을 따로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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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치료 중인 권순민 씨 - 호펜하임에서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런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큰 운이 따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들어오기 쉽지 않다. 일을 하다 보니 배울 점도 많고, 처음 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이렇게 좋은 구단에서 일하다 보니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다. 배우는 입장에서 일하고 있다. 환경이 정말 좋다. 일에 대한 큰 스트레스도 없고 일에 대한 지원과 대우도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있어서 지원이 많이 따른다. 분데스리가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대화하고 정보공유 하는 것에 만족한다.
- 어떤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나요?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배우면 다른 곳에 알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일한다면 언제든지 도움 되고 싶고, 한국 문화나 시스템에 맞게끔 적용하고 싶다. 물리치료사가 된 이유도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기 위해 된 것이 아니다. 몸으로서 사람들과 가깝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라고 생각해서 물리치료사가 됐다. 사람들을 건강하게 도와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다. 그리고 다양하게 일하고 싶다. 지금은 재활 팀에 있지만 나중에는 선수단 팀이나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선수들이나 대중들이 부상에서 벗어나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좋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진 = 이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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