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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또 성장한 이정후 "부자 안타왕? 제 꿈은 태극마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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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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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아버지가 거머쥔 타이틀을 아들이 차지할 수 있을까.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1)가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2군 총괄이 현역 시절 따낸 최다안타 1위 부문이다.

이정후는 19일 현재 113경기에 출전해 154안타를 쳤다. 호세 페르난데스(두산)에 1개 뒤진 2위다. 잔여 경기는 두산이 3경기 더 많아 페르난데스가 유리하다. 하지만 격차가 크지 않아 막판까지 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정후가 안타왕에 오른다면 새로운 프로야구 역사를 쓴다. 38년 KBO리그 사상 최초로 부자(父子)가 같은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다. 이종범 코치는 1994년(당시 해태) 무려 196안타를 쳐 최다안타 1위에 올랐다. 현재까지도 단일 시즌 최다안타 2위 기록으로 남아 있다. 1위 기록은 서건창(키움·2014년)의 201개다.

정작 이정후는 최다안타 타이틀에 관심이 없다. 그는 "(페르난데스의 안타 기록을)보지 않는다. 욕심을 내다 페이스가 떨어진 적도 있다. 하다 보면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조심하는 건 시즌 초 부상 때문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날씨가 안 좋을 땐 조금만 몸 관리에 소홀해도 아프다.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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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PBC 일본전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는 이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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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실력보다는 '이종범의 아들'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뛰어난 기량을 펼쳐 아버지도 받지 못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종범 코치가 "이젠 '정후 아빠'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고 웃을 정도다. 지난해에도 2년차 징크스 없이 활약해, 3년차 역대 최고 연봉(2억3000만원)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정후는 올해 또 진화했다. 이정후는 밑에서 위로 퍼올리는 어퍼컷 스윙을 한다. 그래서 하이패스트볼에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스트라이크존을 9개로 구분했을 때 몸쪽 높은 코스 직구에 타율 0.231(스탯티즈 기준), 가운데 높은 직구에 0.240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0.563, 0.368로 끌어올렸다.

이정후가 약점을 극복한 비결은 '무심'이다. 그는 "나도 내 약점이 높은 직구란 걸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억지로 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잘 칠 수 있는 공을 쳐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나는 (좌익수 쪽으로)밀어쳤을 때 결과가 좋지 않다. 굳이 (바깥쪽 공을)밀어치기보다는 당겨쳐서 더 강한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21살짜리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신만의 타격관을 확실히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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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종범 코치와 이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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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정후도 욕심을 내는 게 한 가지 있다. '태극마크'다. 이정후는 2017년 24세 또는 경력 3년차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나갔다. 지난해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는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정후는 "2년 연속 대표팀에 갈 수 있어 좋았다. APBC는 형들과 나이 차가 많지 않아 재밌었고, 아시안게임 때는 선배들에게 배운 게 많았다"고 했다. 그는 "올해 최고 목표는 팀 성적, 그리고 프리미어 12 출전이다. 내년 도쿄올림픽도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정후는 1년 후배 강백호(20·KT), 올해 신인왕 후보인 정우영(20·LG), 원태인(19·삼성) 등과 함께 '베이징 키즈'로 불린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야망은 자신들을 보고 어린 후배들이 야구에 몰입하는 '도쿄 키즈'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정후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선배들을 보면서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 나랑 백호도 후배들에게 그런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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