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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세계최고 리그 노리지만… 여전히 인종차별 뿌리깊은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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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폴 포그바(오른쪽)가 20일 울버햄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포그바의 실축으로 맨유가 이 경기에서 비긴 뒤 일부 팬들이 그의 SNS를 찾아가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가장 세계화된 프로축구리그로 손꼽힌다.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에서는 스페인 라 리가에 밀려 2위에 그치고 있지만 세계적 인기와 이에 기반한 압도적 자금력으로 최고 리그로의 도약을 도전 중이다. 이런 EPL의 야심에 번번이 발목을 잡는 것이 유럽축구계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문화. 국제축구연맹과 EPL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인종차별로 인한 구설수가 튀어나온다. 인종차별은 거의 대부분의 유럽리그가 공유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아시아 등 비유럽시장의 비중이 큰 EPL로서는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인종차별 근절에 골치 아픈 존재로 떠올랐다. 유색피부를 가진 선수가 부진하기만 하면 SNS에 몰려가 인종차별적 비난을 퍼붓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 폴 포그바(26)가 희생양이 됐다. 포그바는 1-1로 비긴 지난 20일 울버햄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놓치며 무승부의 빌미를 만든바 있다. 당시 포그바는 마커스 래시퍼드 대신 자신이 킥을 차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힌 뒤 실축을 해 팬들의 원성을 샀고, 이 악감정이 원색적 비난으로 이어졌다. 경기 뒤 포그바의 SNS에는 살해위협을 포함해 인종차별의 내용이 담긴 욕설이 난무했다.

이보다 불과 일주일 전인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리버풀과 첼시간의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직후에는 첼시 공격수 타미 아브라함(22)이 표적이 됐다. 2-2 혈투 끝에 치러진 승부차기로 이어진 이 경기에서 아브라함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을 했고, 이 실축으로 첼시가 4-5로 패했다. 이후 첼시팬들이 그의 SNS를 찾아가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남겼고, 피해자가 된 아브라함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단 해당 구단들은 이번 사건에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맨유는 구단 공식 성명을 통해 “인종차별은 혐오스러운 행동이다. 강하게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인종차별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를 거쳐 가장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첼시의 램파드 감독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7일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소위 첼시 팬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느낀다”며 인종차별을 한 팬들에게 직설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EPL은 손흥민을 포함한 여러 명의 아시아,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경기장 내 인종차별적 응원 등으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고, 이때마다 해당 팬의 경기장 출입금지 등 조치를 통해 강력 대응해왔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 속에 EPL도 직격탄을 맞아 오히려 인종차별 행위는 더 늘어나고 있다. 반인종차별 자선단체 '킥잇아웃 '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19시즌 인종차별 행위는 274건으로 직전 시즌의 192건보다 43%나 늘었다. 여기에 포그바나 아브라함 사건처럼 SNS나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종차별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선수를 향한 비난 외에도 지난해 말에는 두명의 토트넘 팬이 경기장을 찾은 동양인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는 등 비유럽인팬을 향한 인종차별도 심심치않게 발생중이다.

EPL 선수나 감독 등 관계자들은 “SNS 회사들이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청중이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뾰족한 해결책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현역 시절 맨유에서 활약했던 필 네빌 잉글랜드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SNS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선수들은 소셜 미디어 활동을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직설적 비판을 날리기도 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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