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엄정 대처 불구 효과 의문 / 맨유 포그바·첼시 아브라함 등 / 경기 실수·부진땐 비난 쏟아져 / 손흥민도 여러 차례 조롱 받아 / 브렉시트이후 차별행위 더 늘어 / 아시아·아프리카 시장 비중 커 / 리그 흥행 영향 줄까 전전긍긍
특히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인종차별 근절에 골치 아픈 존재로 떠올랐다. 유색 피부를 가진 선수가 부진하기만 하면 SNS에 몰려가 인종차별적 비난을 퍼붓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 폴 포그바(26)가 희생양이 됐다. 포그바는 1-1로 비긴 지난 20일 울버햄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놓치며 무승부의 빌미를 만든 바 있다. 경기 뒤 포그바의 SNS에는 살해위협을 포함해 인종차별의 내용이 담긴 욕설이 난무했다. 이보다 불과 일주일 전인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리버풀과 첼시 간의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직후에는 첼시 공격수 타미 아브라함(22)이 표적이 됐다. 2-2 혈투 끝에 치러진 승부차기로 이어진 이 경기에서 아브라함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을 했고, 이 결과 첼시가 4-5로 패했다. 이후 첼시 팬들이 그의 SNS를 찾아가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남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폴 포그바(왼쪽)가 20일 울버햄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포그바의 실축으로 맨유가 이 경기에서 비긴 뒤 일부 팬들이 그의 SNS를 찾아가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
일단 해당 구단들은 이번 사건에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맨유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인종차별은 혐오스러운 행동이다. 강하게 규탄한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거쳐 가장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첼시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사건 발생 이틀 뒤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소위 첼시 팬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느낀다”며 직설적 비판을 하기도 했다.
EPL은 손흥민을 포함한 여러 명의 아시아,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경기장 내 인종차별적 응원 등으로 여러 번 구설에 올랐고, 이때마다 해당 팬의 경기장 출입금지 등 조치를 통해 강력히 대응해 왔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 속에 오히려 인종차별 행위는 더 늘어나고 있다. 반인종차별 자선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19시즌 인종차별 행위는 274건으로 직전 시즌의 192건보다 43%나 늘었다. 여기에 포그바나 아브라함 사건처럼 SNS나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종차별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선수를 향한 비난 외에도 지난해 말에는 두 명의 토트넘 팬이 경기장을 찾은 동양인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는 등 비유럽인 팬을 향한 인종차별도 심심치 않게 발생 중이다. EPL 선수나 감독 등 관계자들은 “SNS 회사들이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청 중이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뾰족한 해결책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현역 시절 맨유에서 활약했던 필 네빌 잉글랜드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SNS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선수들은 소셜 미디어 활동을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라고 현 상황에 비판을 날리기도 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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