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1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주목해볼까 한다. 바로 9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나온 최정(SK)의 3-유 간 다이빙 캐치 후 더블플레이는 팀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타구를 아주 평범하게 아웃 시키는 내야수를 좋은 내야수로 평가하며, 파인 플레이는 옵션이다.’ 이는 진리와 같은 말이다. 그래서 파인플레이 하나는 팀을 깊은 수렁에서 구출하는 결정적인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수비 연습 중인 SK 최정. 사진=MK스포츠 DB |
3루 수비는 잘 맞은 타구와 빗맞은 타구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타자에 따라 유기적으로 수비 위치를 잡는다. 최정의 위치를 자세히 보면 매 타자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SK 벤치도 위치에 대한 지시를 내리지만 본인의 판단에 더 맡기는 모습이다.
먼저 일반적인 내야 땅볼 타구에 개념을 이해하면 수비에 도움이 된다. 야구의 물리학을 보면 평균적인 내야땅볼은 시속 96.6km 즉 초속 26.8m의 속도로 날아온다. 그 땅볼을 처리하기 위해 내야수는 몸을 반응하기 위한 0.15초와 글러브를 움직이는데 0.05초의 시간을 더해 약 0.2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격수 방향으로 오는 타구가 6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생기면 처리 할 수 있지만 그 보다 짧은 거리에서 생기는 불규칙 바운드는 처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발로 움직여서 포구지점을 선점하지 않으면 실수 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정의 수비를 보면, 스텝의 움직임이 좋고 예측 능력이 뛰어나다.
내야 땅볼은 ‘다리로 볼을 잡아야 한다’고 표현한다. 내야수는 잔 스텝인 잽스텝을 잘해야 한다. 특히 3루수인 최정은 큰 움직임 보다는 잽스탭을 해야 타구를 쉽게 처리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타구와 함께 강한 땅볼 타구는 발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간적으로 스텝을 맞춰야 정확한 포구와 함께 송구 동작으로 연결된다.
내야수는 볼이 배트에 맞는 순간 이미 발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눈은 타구를 보고 머리는 바운드를 계산해서 행동으로 옮긴다. 정면 타구는 앞으로 스텝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바운드 횟수를 줄여 실수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예측 가능한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수의 구종과 구질 그리고 속도와 코스를 인지하고 타자의 스트라이드 상태(크로스, 오프, 스퀘어)성향, 그리고 볼 카운드, 주자 상황을 종합해 수비 위치를 잡는다. 더군다나 인조잔디의 경우 타구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불규칙 바운드는 물론 정상적인 바운드도 처리하기 어렵다.
필자는 지난달 페루 리마에서 열린 팬아메리칸 대회에서 다녀왔다. 거기서 프리미어12 예선 라운드 같은 조에 있는 캐나다의 경기를 봤다.
캐나다는 지난 2011년과 201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강팀으로 이번 대회도 강력한 우승 후보이다. 캐나다의 강점은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빠른 야구를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9명의 주전 선수 중 좌타자가 7명이 포진되어 있으며 내야 3-유간 타구나 짧은 외야 타구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좌타자 대부분이 풀 히터 유형으로 상대인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극단적인 우익수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최정의 수비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구가 왔을 때 순간적으로 스텝을 하며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다이빙캐치는 팀의 승리와 함께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홈런 타자의 이미지에 튼튼한 수비실력은국가대표 3루수 최정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열쇠이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야구 기술위원회 위원, 야구 대표팀 수비 코치)
자료인용=야구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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