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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단독] 프로연맹, ‘호날두 노쇼 경기’ 티켓 대행사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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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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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류재규 이성필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유벤투스와 친선경기에 K리그 올스타팀 격인 '팀 K리그'를 구성해 참가한 한국프로축구연맹(프로연맹)이 ‘주최사’인 더페스타가 이미 계약을 완료한 경기 티켓 판매 대행사를 뒤늦게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연맹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경험이 없는 더페스타를 쥐고 흔들며 사실상 행사를 '주관'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또하나의 사례다.

경기의 가장 큰 수입원인 티켓 판매 대행사 선정은 주최사인 더페스타의 권리에 속하는 사항이자, 행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일이다.

프로연맹은 스스로를 주최사의 요청에 따라 ‘팀 K리그’를 꾸려 경기에 참가한 ‘단순 초청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프로연맹이 더페스타에 요구해 대행사를 변경한 데 이어 새 계약 업체를 상대로 ‘팀 K리그’의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요구해 금전적인 이득도 취했다.

경기 파행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45분 이상 출전' 계약 조항을 어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 경기 시작 시간을 50분 이상 지연시킨 유벤투스에 있다. 계약상 '주최사'인 더페스타에 대한 책임도 엄중하고 명확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업무 역량이 떨어지고 경험이 없는 더페스타를 끼고 사실상 경기를 주도한 프로연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 국내 프로 스포츠 최고 입장 수입 경기…티켓 판매 대행사 왜 변경됐나

프로연맹이 호날두가 출전한다고 알리면서 유벤투스전은 6만 4000여장의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입장 수입만 60억원이 넘는 것으로 계산됐고, 단일 프로 스포츠 경기로는 국내 최다 입장 수입 기록을 세웠다. 2013년 한국-브라질간 국가대표 A매치 입장 수입 기록(약 27억원)을 경신했다.
유벤투스전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지난 5월 중순 인터파크와 티켓 판매 대행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더페스타가 티켓 판매 대행 계약을 먼저 제안했고, 검토 결과 타당하다고 판단해 계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 초 프로연맹이 더페스타에 대행 업체 변경을 요구해, 인터파크는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대행사는 프로연맹이 지정한 티켓링크로 변경됐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파트너 업체를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기존 업체와 계약 해지와 새 업체와 계약이 계약 당사자간 이해 관계가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제3의 힘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프로연맹은 지난해 하반기 프로연맹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운영을 인터파크에 맡겼다. 그런데 인터파크가 내놓은 결과물에 프로연맹이 불만을 가졌고 이견에 따라 대금 정산 지연 등 분쟁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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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와 친선경기에 팀 K리그를 꾸려 ‘초청팀’ 형식으로 참가한 프로연맹은 더페스타로부터 초청비 4억원을 받기로 했다. 경기 전 더페스타로부터 현금 2억원을 먼저 받은 연맹은 남은 2억원에 대해서는 더페스타가 확보한 채권에 대한 양수도계약을 체결한 뒤 채무자로부터 직접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계약서에 명시했다. 그리고 계약서대로 경기 후 초청비 2억원을 받았다.

프로연맹은 당초 더페스타가 확보한 후원사의 후원금 또는 방송사의 중계권료에 대한 채권양수도계약을 추진했으나 더페스타의 후원사 확보 실패와 방송사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프로연맹은 입장권 판매 수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프로연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터파크가 티켓 판매 대행사가 될 경우 채권 양수도계약 체결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더페스타에 대행사를 티켓링크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 프로연맹, 더페스타에 인터파크와 계약 해지하고 티켓링크와 새 계약 요구

오랜 검토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다가 보름여만에 계약 해지 요구를 받는 봉변을 당한 인터파크는 물론 정상적인 계약인 줄 알았다가 뒤늦게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구설수에 휩싸인 티켓링크 관계자는 찜찜한 느낌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처음 업무 관계를 맺은 업체가 보름도 안돼 계약 해지를 요구해 황당했다”며 “그러나 검토 끝에 더페스타의 계약 해지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상도의에 어긋난 행위를 하는 업체를 믿고 함께 일을 할 수 없다는 점, 사이트 개설이나 시스템 개발 등에 비용을 투입하고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없다는 두가지 점이 관계를 정리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더페스타가 계약을 해지하자고 한 이유가 프로연맹의 업체 변경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며 “지금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좀 그렇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편 더페스타와 인터파크간 계약 해지 뒤 새로 대행사 계약을 한 티켓링크 관계자의 심경도 편하지 않다. 5월 4일 더페스타와 사전 미팅을 가진 티켓링크는 6월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6월 13일 계약했다. 이후 티켓링크는 7월 3일 티켓을 팔아 당일 매진이라는 대박을 쳤다.

“대행 수수료는 통상적인 수준보다 조금 낮게 조정했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더페스타가 인터파크와 먼저 계약한 뒤 이를 파기했다는 것을 계약 당시에는 몰랐다. 8월 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티켓 판매 수입에 대한 채권 양수도 계약에 관해서는 "7월 20일 전후로 더페스타와 2억원 양수도 계약을 했고 8월 1일 프로연맹에 2억원을 송금해 계약 사항을 집행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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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껄끄러운 업체 피한 프로연맹, 새 대행 업체와 후원 계약까지

프로연맹은 새로운 대행업체인 티켓링크를 통해 더페스타로부터 받아야 할 경기 참가비를 확보한데 이어 팀 K리그의 훈련복 유니폼 후원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팀 K리그 선수들은 티켓링크가 주선한 NHN의 자회사 '페이코(PAYCO)' 로고를 훈련복에 붙이고 경기 전날(25일) 훈련을 했다. 딱 하루 몇시간 노출에 1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연맹은 당초 유니폼 로고 노출 후원금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으나 티켓링크 관계자는 “짧은 노출에 과한 액수라는 판단 끝에 연맹을 설득해 1000만원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7월 4일 연맹의 요청을 받은 더페스타의 제안에 일주일을 검토했다. 티켓 판매 대행 계약에 따른 대가성은 없었다. 광고를 할만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 ‘주최사’의 계약 파기 요구한 ‘초청팀’ 프로연맹 “더페스타가 모두 수용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더페스타와 협의 과정에서 우리와 유벤투스전을 치르려면 전제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며 “더페스타가 우리와 계약하기 전 이미 인터파크와 계약을 맺고 왔는데 우리와 (유벤투스전에 대한)문서도 주고받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해 버리면 어떡하냐고 했다. 인터파크가 티켓 판매 대행사가 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배제해 달라고 했다. 더페스타가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인터파크와 분쟁에 대해서는 "인터파크와 3년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운영 계약을 했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 상태가 나빴다. 하자 보수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예상됐다. 더페스타가 인터파크와 계약하면 어려움이 예상됐다. 더페스타를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청비를 받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 전 채권을 설정하려고 했다. 인터파크로 가면 채권 설정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채권 행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당시 인터파크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내온 상태였다. 아직 실제 소송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로연맹은 ‘주최사’인 더페스타가 모든 것을 수용했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더페스타를 상대로 여러차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요구를 안들어주면 경기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아 계약서에까지 명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프로연맹은 더페스타의 업무 수행 역량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친선경기를 진행해 결과적으로 경기 파행이라는 최악의 대형 사고를 초래했다. 그 결과 큰 돈과 아까운 시간을 투자해 경기장을 찾거나 텔레비전으로 시청한 축구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는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 류재규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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