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KBO리그는 5년 만에 관중이 감소했다. 10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 경기 숫자가 늘어나면서 꾸준히 증가하던 관중 숫자는 올시즌 뚝 떨어졌다. 롯데·KIA·한화·삼성 등 관중몰이에 큰 영향을 주는 팀들의 동반 부진 등이 이유로 제기되지만, ‘야구 산업’ 자체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각 개인의 여가시간을 둘러싼 치열한 ‘콘텐츠’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야구가 주는 재미와 관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올시즌 야구 인기 하락 우려는 지난겨울, 스토브리그 동안 충분히 제기됐다. 동점과 끝내기 홈런이 여러 번이나 쏟아진, 뜨거웠던 포스트시즌이 끝나자마자 야구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스토브리그 동안 이렇다할 이야깃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두산 양의지가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이적이 없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FA에 대한 계약도 싸늘했다. 새 시즌을 두고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되레 FA 계약이 늦어지면서 지루함만 늘었다. “내년 시즌에는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것 같다”라는 예상이 불가능했다. 팬들은 겨우내 야구 얘기를 하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100만달러 상한제가 도입됐다. 겨울 동안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겨울에 이야기가 없었고, 가슴이 뛰지 않았으니, 봄에 새삼 두근거릴 일도 없었다. 두근거리지 않는 3월은 야구 산업 전체에 독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바뀐 공인구는 야구를 더욱 낯설게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KBO는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강원도 속초에 모여 1박2일 동안 머리를 맞댔다. 한 구단 사장은 “그동안 눈치 보고 지켜왔던 것 다 내려놓고 모처럼 열심히 토론했다”고 말했다.
토론의 결과물이 적지 않다. 지명권 트레이드, 외인 선수 샐러리캡 및 보유한도 변화, FA 제도 개선, 포스트시즌 경기 방식 변경 등이 얘기됐다. 파격적인 변화다.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트레이드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즉시 전력과 미래 가치를 구분하면 합의가 용이해진다.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과 맞물리면 파괴력이 더 크다. 현재 제도는 정규시즌 우승팀 아니면 우승이 쉽지 않다. 제도가 바뀌어 가을야구 팀 누구든 우승에 도전해볼 만하다면,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둔 ‘베팅’이 더 과감해질 수 있다. 이참에 트레이드 마감시한의 조정도 고려해볼 만하다.
외인 샐러리캡 역시 ‘여윳돈’을 트레이드할 수 있게 만들면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진다. 메이저리그 역시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금 총액 제한을 두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 영입 때 이 여유분을 채우기 위해 여러 가지 트레이드가 벌어졌다. 남들이 남긴 돈 모아서 더 큰 ‘베팅’을 할 수 있다면 이 역시 흥미진진한 일이다.
FA 제도 역시 ‘재자격 폐지’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 스토브리그가 더욱 활황을 맞는다. 다른 팀에 가지도 못하는 선수의 계약 여부를 기다리는 것만큼 팬들에게 지루한 일은 없다.
야구의 재미는 실체가 애매한 ‘경기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야구를 둘러싼 이야기와 이를 통한 기대, 희망에서 나온다. ‘내부 육성’이라는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실력을 알고 있는 선수들이 움직일 때 관심과 기대가 더 크게 생긴다. 팬들 각자의 계산과 의견, 기대가 모여 한데 뒤섞일 때 스토브리그가 달아오른다. 스토브리그가 뜨거우면, 시즌도 뜨거워진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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