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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홍콩 출신' 알렉스, V-리거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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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알렉스 /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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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어 한국에 왔다. 그리고 5년, 알렉스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알렉스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 리베라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2020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됐다.

알렉스는 남자부 최초의 귀화 선수로 V-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특별귀화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없지만, 귀화 절차가 순조롭게 완료될 경운 V-리거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알렉스는 홍콩 국가대표 출신 선수다. 지난 2014년 경희대 김찬호 감독의 권유를 받아 프로 선수라는 꿈을 안고 경희대에 입학했다. 대학리그에서는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뛰어난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알렉스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했다. 홍콩과 다른 한국의 문화도 낯설었다.

다행히 알렉스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국어 실력도, 배구 실력도 빠르게 키워 나갔다. 그러나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졸업반이 된 알렉스는 2018-2019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고자 했지만, 대한민국배구협회가 특별귀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대학무대에서 1년을 더 뛰어야 했다.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2014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와 여동생을 의지하며 힘든 시기를 버텼지만, 올해 5월에는 아버지를 여의었다.

하지만 알렉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대학리그에서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프로구단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일 열린 한국배구연맹 실무위원회에서는 남자 프로배구 7개 팀이 모두 동의해 신인 드래프트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어 5일에는 특별귀화 대상자가 됐다.

16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 참석한 알렉스는 초조한 마음으로 지명을 기다렸고,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알렉스는 "지난 5년 동안 마음이 정말 복잡했다. 그래도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면서 "(드래프트장에 들어가니) 긴장이 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 이름이 불리자 긴장이 다 풀리고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운동도 노력해 최선을 다 보여주겠다. 시합에 뛸 수 있다면 팬들에게 나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알렉스는 라이트와 센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대학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블로킹 능력이다. 프로 무대에서도 센터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알렉스는 "지금은 라이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알렉스가 코트를 밟기 까지는 아직 몇 가지 단계가 남아 있다. 먼저 귀화 절차가 완료돼야 한다. 귀화 절차가 완료되더라도 팀 내 경쟁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알렉스는 지난 8월말 특별귀화 신청을 했지만 귀화 절차가 마무리 되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특별귀화가 승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일반귀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알렉스는 10월 중순 일반귀화를 신청할 수 있는 '국내 거주 5년 이상'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는 일단 코트 안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알렉스는 "(경쟁해야 할 선배들이 많지만) 여러 명의 장점을 모두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합에 뛸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5년간 V-리거를 목표로 전진해온 알렉스가 마지막 계단을 넘어 코트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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