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챔프 골프로 이끈 할아버지
스윙 기술보다 마음가짐 더 교육
갤러리 모욕 김비오 되새겨 보길
캐머런 챔프(왼쪽)의 아버지 제프 캠프가 아들과 할아버지가 통화하게 전화를 전해주고 있다. 챔프는 우승으로 얻게 된 마스터스 출전권이 마지막 선물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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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코리언투어 대구경북오픈에서 김비오(29)가 손가락 욕설 논란 속에 우승했다. 반나절 뒤 미국 PGA투어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캐머런 챔프(24)가 우승했다.
두 선수 모두 양 투어의 최장타자다. 챔프는 신인이던 지난해 첫 우승 당시,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를 압도하는 장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우승이 챔프에게는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의 신발과 공에는 ‘pops’ ‘papa’라고 쓰여 있었다. 그가 할아버지를 부르는 별칭이다.
챔프의 할아버지 맥 챔프(79)는 말기 위암으로 투병 중이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시설에 머물고 있다. 챔프는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를 위해 우승했다”고 말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텍사스주의 9홀 코스에서 75센트를 받는 캐디를 했다. 19세 때 징집돼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이후에도 군 생활을 이어갔다. 맥 챔프는 군에서 독학으로 배운 골프를 손자에게도 가르쳤다. 챔프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고, 어릴 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서서히 기량이 향상됐고 PGA투어 신인이던 지난해 첫 우승했다.
캐머런 챔프.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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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는 “할아버지는 내게 항상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것이 챔프에겐 스윙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한 레슨이 아니었나 싶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챔프는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뒤 우승했다. 할아버지는 그의 마음속 불꽃이 다시 타오르게 하는 어떤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김비오는 엘리트로 자랐다. 중학교 때 미국에 골프 유학을 갔다. 10대에 국가대표를 했고, 프로가 돼선 KPGA 신인상과 대상을 탔다. 꿈의 무대인 PGA투어에도 진출했다. 한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올해 다시 살아났다. 그러다 휴대전화 셔터음으로 경기를 방해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설을 날렸다.
기자의 경험으론 한국 갤러리 수준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평균 이하도 아니다. 미국엔 노골적으로 선수를 조롱하고 경기를 방해하는 이른바 ‘해클러’도 있다. 문제는 휴대전화다. 한국에선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갤러리는 뭔가 찍으려는 욕망이 있다. 외국에선 무음 모드가 있어 촬영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겐 매우 신경 쓰인다. 그래도 규정이 그러니 지켜야 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라면 어느 정도 휴대전화 소음은 경기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
갤러리쪽으로 손가락 욕을 보내고 있는 김비오. [JTBC골프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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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는 10년 가까이 프로 생활을 했고, 미국 투어도 경험했다. 팬의 관심을 통해 돈을 버는 프로페셔널이라면 갤러리를 방해꾼이 아닌 고객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스타일수록, 관심이 집중될수록 갤러리가 많고 소음도 크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물론 화가 났겠지만, TV 중계로 가정에도 경기 장면이 중계되는데 손가락 욕설을 한 건 선을 많이 넘은 행동이다. KPGA라는 리그뿐 아니라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에 먹칠했다.
올해부터 경기 규칙이 바뀌었다. 심각한 비행에 대해서는 경고나 1벌타, 2벌타, 혹은 실격도 줄수 있다. KLPGA에서 고의로 퍼팅 그린을 훼손한 선수가 2벌타를 받은 일이 있다.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고, 드라이버로 티잉그라운드를 친 행동에는 어떤 처벌이 적절할까.
김비오는 투어 신인 시절 코스의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그러나 슬럼프를 겪으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욕설 논란 속에서 일궈낸 우승은 영광이 아니라 수모에 가깝다.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챔프 할아버지의 충고를 되새겨볼 일이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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