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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밴드들이 사라지는 시대…‘새로움’ 갖고 오히려 역행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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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새 앨범 앞둔 ‘새소년’

2016년 보컬 황소윤 중심 결성, 올해 멤버 교체 이후 더 성장

청년의 현실을 노랫말에 담아, 따뜻하진 않지만 묵직한 공감

경향신문

밴드 새소년의 드러머 유수, 베이시스트 박현진, 보컬·기타리스트 황소윤(왼쪽부터). 이들은‘새소년다움’의 핵심을 묻자 “들어본 것 같은데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붕가붕가 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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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윤 미간 주름에 끼어 죽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유튜브에 게시된 3인조 밴드 새소년의 ‘파도’ 라이브 무대 영상을 본 어느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밴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황소윤(22)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곡을 이끌어가다가, 피크를 입에 물고 묵직한 기타 독주를 펼칠 때 깊게 패는 미간 주름을 보노라면 ‘이게 록스타지’라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새소년, 그리고 황소윤은 저물어버린 줄 알았던 ‘록스타’의 이름을 나날이 갱신하며 한국 음악계의 ‘오래된 미래’를 만들어가는 음악가다. 지난 19일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인 유재석의 드럼 비트에 맞춰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 내로라하는 유명 음악가들 사이에서, 데뷔 3년차에 불과한 황소윤에게 유독 시선이 집중된 까닭이다.

지난 4일 1년4개월 만에 신곡 ‘집에’를 발표하며, 다음달 발매될 새 앨범의 ‘예고편’을 띄운 새소년의 세 멤버, 황소윤과 유수(드러머·30), 박현진(베이시스트·23)을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카페에서 만났다.

“새소년은 ‘레고’ 같은 밴드라고 생각해요. 레고는 아주 옛날에 나온 장난감이지만, 요즘에 나오는 어떤 새로운 것도 다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빈티지한 음악과 느낌에 기반해 있지만, 늘 새로울 수밖에 없는 그런 밴드인 것 같아요.” 드러머 유수의 말처럼 새소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블루스, 사이키델릭 록, 신스팝 등 1970~80년대풍의 빈티지한 음악 스타일은 황소윤이라는 걸출한 여성 프론트맨을 통해 지금 여기 ‘새소년다움’으로 재탄생된다.

새소년은 16세 때부터 홀로 음악을 만들던 황소윤을 중심으로 2016년 결성돼, 데뷔곡을 낸 이듬해부터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황소윤을 제외한 두 멤버가 군 입대로 탈퇴하면서 휘청했지만, 지난 4월 새 멤버 유수와 박현진을 영입한 이후 오히려 단단해진 모양새다. “더 이상 밴드의 시대가 아니지만, 밴드를 통해 더 나아가보고 싶었어요. 밴드들이 사라지는 시대를 오히려 역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오래가는 밴드를 만들 멤버를 찾는 데 주력한 이유예요.” 공백기 동안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던 황소윤은 다시 새소년으로 돌아오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거쳤다. 그는 밴드로의 복귀에 대해 “제 발로 무덤에 기어들어왔다”면서도 “그래도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멋있는 포맷”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인디밴드 하면 ‘홍대 앞’을 연상하던 과거를 지나, 새소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타고 전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결성부터 그렇다. 황소윤은 SNS에 게시된 연주 영상을 보고 일면식도 없던 유수와 박현진에게 영입을 제안했다. 유튜브에 새소년의 음악과 무대가 게시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 팬이 생겨나기도 했다. 새소년은 지난해에는 미국·일본·네덜란드·독일 등 10개국에 걸친 해외 투어를 펼쳤으며 올해는 일본·대만·싱가포르·태국 등을 아우르는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다.

“국내 공연 때보다 더 열광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국 팬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태국 국민가수 스탬프나, 유명 밴드 선셋롤러코스터 등 각국 유명 뮤지션이 공연장으로 찾아오는 일도 있었고, 일본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식사를 하기도 했죠.”(박현진)

새소년에게 음악은 찬란한 젊음 같은 것이 아니다. 예술 이전에 매일매일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다. “음악을 한다고 막 벅차고 그런 게 아니에요. 배운 전문기술을 활용해 열심히 살아가는 거죠.”(유수)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는데 사실 새소년이 아니었으면 최소 4년은 혼자 버텼어야 했거든요. 잘 풀렸다고 생각해요.”(박현진) “음악은 나의 삶이야 이런 느낌은 아니고요. 제 삶을 살아가는 데 되게 재밌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죽을 때까지 음악하고 싶다는 사람이 오히려 신기해요.”(황소윤)

그럼에도 새소년은 위로가 된다. ‘록스타’로 우뚝 선 여성 음악가 황소윤을 통해, 청년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을 통해 새소년은 따뜻하진 않지만 묵직한 공감이 된다. 황소윤이 “점점 세상에 길들여진다는 느낌을 담은 곡”이라 소개한 신곡 ‘집에’도 마찬가지다. 황소윤은 “사람들이 세상의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에 지쳤다”며 새 앨범은 이전보다는 좀 더 냉소적인 분위기로 채워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7년 <여름깃> 이후 2년여 만에 새 앨범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새소년은 12월 대규모 단독 공연으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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