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컵 토머스와 접전 아쉬운 2위
2017년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
싫어하던 헬스 집중 살빼고 재기
13일 득남 “아이 위해 최선 다해”
20일 끝난 CJ컵에서 준우승한 대니 리. 근육량도 늘고, 힘도 좋아져 샷 거리가 늘었다. 최근 둘째 아들까지 얻은 그는 두 아이 아빠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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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리(29)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한국명 이진명. 8세 때 뉴질랜드로 건너갔다. 18세이던 2008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의 최연소 기록을 깨고 우승했다. 이듬해 아마추어로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챔피언이 됐다.
10대에는 크게 성공했는데, 이후 성적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PGA 투어 선수가 됐으나 2부 투어를 왔다 갔다 했다. 대니 리는 장난기가 많다. 성적 대신 동료 리키 파울러 등과 짓궂은 농담을 한 게 몇 차례 화제가 됐다.
고대하던 PGA 투어 첫 우승 인터뷰 때도 대니 리는 농담을 많이 했다. 2015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이곳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부족한 게 하나 있다. 여자 친구가 있으면 호텔 방에서 외롭지 않게 지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료 펫 페레즈가 “한국과 뉴질랜드의 자랑인 대니 리에게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공개 캠페인을 했다. ‘FindDannyAGirl’이라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많은 PGA 투어 선수들이 동참했고, 뉴스에도 나왔다. 우승 사실보다 여자친구 찾기가 훨씬 더 화제가 됐다.
2017년 대니 리의 외로움이 끝났다. 한국인 공유미 씨를 만나 약혼했고, 12월에 결혼 날짜도 잡았다. 결혼을 3개월 앞둔 9월 대니 리가 쓰러졌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BMW 챔피언십에서다. 그는 “경기 중 갑자기 허리를 칼로 찌른 듯한 통증이 왔다. 다음 날 다리 감각까지 사라졌다. 인생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약혼녀에게 “더는 선수를 하기 어려우니 한국식 고깃집을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엔 농담이 아니었다. 공 씨는 거절했다. 이겨내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대니 리는 역기를 들었다. 그는 “헬스 하는 걸 싫어했는데, 다시는 그런 부상을 당하기 싫어 올림픽 나가는 선수처럼 운동했다”고 말했다. 허리가 아파 쓰러진 뒤 그는 오히려 강해졌다. 그는 “그 전엔 아무리 세게 휘둘러도 헤드 스피드가 시속 110마일이 안 됐다. 지금은 118마일까지 나간다”고 말했다. 2015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83야드, 145위였다. 2015년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벌어진 디 오픈 챔피언십 당시 얘기다. 그는 “맞바람 부는 17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3번 우드로 쳤는데도 50야드가 더 남더라”라고 푸념했다.
대니 리는 20일 제주에서 끝난 PGA 투어 CJ컵에서 2위를 했다. 우승 경쟁에서 저스틴 토머스에 밀렸다. 그러나 장타자 토머스한테도 샷 거리는 밀리지 않았다. 올 시즌 대니 리의 평균 거리는 320야드로 10위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320야드가 계속되기는 어렵다. 그래도 순위는 의미 있다. 지난해 그의 평균 거리 301야드로 42위였다. 145등 하던 선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4년 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입었던 우승 재킷이 지금은 헐렁했다. 근육량이 훨씬 늘었다. 이젠 그 재킷이 잘 어울릴 것이다.
대니 리의 둘째 아이가 예정보다 두 달 반 이른 13일 태어났다. 아이는 현재 인큐베이터에 있다. 대니 리는 “아이 때문에 경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TV를 볼 나이는 아니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 모든 것을 다 담아 경기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된 장난꾸러기 대니 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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