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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야유 세례에도 멀티히트…송성문, 역전패로 빛바랬다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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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23)이 긴 하루를 보냈다. 두산 베어스팬들의 비난과 야유 속에서도 멀티히트를 때리며 제 역할을 다했지만, 팀의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송성문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19 KBO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2차전이 열리기 전 최대 이슈는 송성문이었다. 전날 1차전에서 더그아웃에 있던 송성문이 두산 선수단을 향해 막말을 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경기 시작전까지 송성문을 향한 비난 여론은 들끓었다. 송성문도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공개 사과를 했다.

매일경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9 KBO 한국시리즈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1사 1,2루에서 키움 송성문이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다만 1차전에 이어 만원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잠실은 두산의 홈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두산팬이 수적으로도 우세할 수밖에 없다. 송성문의 이름이 선발 라인업에 뜰 때부터 1루쪽 두산 응원단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다만 첫 수비가 좋았다. 1회말 2사 이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타구가 자신 쪽으로 왔다. 높이 뜬 공은 파울 지역으로 갔고, 송성문은 침착하게 잡았다. 동영상 파문에 대한 여파는 크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2회 선두타자로 등장하자, 송성문을 향한 야유가 잠실구장을 뒤덮었다. 이영하의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야유는 잠시 환호로 바뀌기도 했다. 이영하의 계속된 피칭에도 야유는 이어졌다. 3구째 파울이 되자, 환호와 야유가 뒤섞였다. 하지만 송성문이 이영하의 4구째를 우익선상에 떨어뜨리자 야유는 잦아들었다. 송성문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들어갔다. 잠잠하던 3루쪽 키움 응원석은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송성문이 무사 3루 찬스를 만든 것이다.

후속타자 이지영이 볼넷을 골라 계속된 무사 1,3루 찬스에서 김혜성이 좌익수 방면으로 뜬공을 날리자 송성문은 두산 좌익수 김재환이 포구함과 동시에 3루에서 홈으로 튕겨져 나갔다. 김재환의 송구가 유격수 김재호를 통해 홈으로 왔지만, 슬라이딩한 송성문의 발이 빨랐다. 송성문은 팀의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2-0 리드가 계속된 4회초 송성문은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역시 1루 관중석의 야유는 컸다. 이영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자 야유의 데시벨이 커졌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가 들어오자, 1루 관중석은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송성문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6구째에 날카롭게 배트가 돌아갔다. 타구는 쭉쭉 뻗어 중견수 키를 넘는 듯 했다. 하지만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재빠르게 타구를 쫓아가 잡았다. 송성문이 아쉬운 듯 터벅터벅 3루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가자, 외야 두산팬들의 야유가 커졌다. 3루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야유와 환호, 박수가 뒤섞이는 장면이 반복됐다.

그리고 송성문은 세 번째 타석에서 또 한 번 빛났다. 2-2 동점에서 박병호의 적시 2루타로 3-2로 다시 리드를 잡은 6회초 1사 1,2루에서였다. 야유 속에서 타석에 다시 등장한 송성문은 이영하의 초구를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4-2로 달아나는 천금 같은 적시타였다. 이영하 상대로 2안타로 킬러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송성문은 손가락 3개를 3루 더그아웃 쪽으로 폈다. 키움 특유의 K세리머니였다.

송성문의 적시타로 키움은 1사 1,3루 찬스가 이어졌다. 송성문은 이지영의 타석 때 이영하의 1루 견제마다 다시 야유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지영의 적시타 때 2루까지 밟고, 6회초 공격을 마무리했다. 송성문의 적시타가 더해지면서 3득점을 한 키움이 다시 5-2 리드를 잡은 6회였다.

하지만 8회초 타석은 아쉬웠다.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선 송성문을 향해 1루쪽 두산팬들의 야유는 여전했다. 송성문은 번트 자세를 취했지만, 포수 앞 땅볼이 됐고, 파울인지 알고 스타트가 늦으면서 2-6-3 병살에 그쳤다. 1루 관중석은 열광적인 환호가 들렸다.

그래도 주눅 들지 않았던 송성문이다. 하지만 팀은 9회말 3점을 내주며 5-6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송성문에게는 지옥과 천국, 그리고 아쉬움을 남긴 정말 긴 하루였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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