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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연예계 방송 조작 의혹

[홍혜민의 B:TV] 엠넷 조작 논란 후폭풍, 서바이벌 ‘대국민 투표’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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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프로듀스X101’의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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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대국민 문자투표’에 대한 제작진의 고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대국민 문자투표는 그간 숱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파이널 무대에서 화제성과 수익을 동시에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엠넷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생방송 파이널 방송 당시 대국민 유료 문자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민투표는 그야말로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의 경우, ‘공정성’을 강조하며 나름의 대책을 앞세워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당장 직면한 비난 여론을 막기 위한 주먹구구식 대처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은 깊이 있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향후 론칭을 앞둔 수많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신용을 회복하고 순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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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방영됐던 ‘아이돌학교’ 역시 조작 의혹 속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오디션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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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조작에 대한 의혹이 가열되며 경찰이 ‘프듀X’에 이어 ‘아이돌학교’, ‘프로듀스101’ 전 시리즈를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집중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어느 하나 명확한 수사 결과는 나온 바 없다.

해답 없는 시간 속 논란의 근간이 됐던 대국민 문자 투표를 진행하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반감과 불신은 깊어졌다. 향후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에서 이 같은 조작들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고착화 돼 버린 상황 속에서 후발주자들이 나서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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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X’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첫 주자는 ‘쇼미8’이었다.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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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프듀X’ 논란이 가열되고 있을 당시 파이널 무대를 방영했던 ‘쇼미더머니8’이 이번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첫 주자였다. 앞서 시즌을 거듭하며 화제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명맥을 유지해오던 ‘쇼미더머니’는 이번 시즌 서바이벌 프로그램 조작 논란 이슈 등과 맞물리며 좀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

파이널 생방송 당시 진행된 대국민 문자 투표 역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첫 방송 전 진행됐던 제작발표회 당시 최효진 CP는 ‘프듀X’ 투표 조작 사태를 의식한 듯 “예전도, 지금도, 앞으로도 저희는 꾸준히 공정하게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신중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또 파이널 방송을 앞두고 “생방송 투표와 관련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할 점을 검토, 투표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며 시청자들의 우려를 일축하기 위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전했다.

제작진의 눈물겨운 ‘공정성’ 강조에도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직까지 매듭지어지지 않은 ‘프듀X’ 등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후폭풍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서도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국민 문자 투표’ 시스템을 통한 우승자 선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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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은 문자 투표에 무려 5만 점을 부여했다. 다만 제작진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참관인단을 선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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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파이널 무대를 앞둔 엠넷 ‘퀸덤’은 최종 순위 결정 방식으로 세 번의 사전 경연을 통한 ‘사전경연 점수’(3만5000점)+동시 발매되는 컴백 싱글 ‘사전 음원 점수’(1만5000점)+파이널 컴백 무대 ‘생방송 투표 점수’(5만점)을 합산한 점수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총 세 개의 합산 분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자,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될 결정적인 키(key)는 결국 파이널 방송 당일 진행되는 생방송 문자 투표인 셈이다. 생방송 문자 투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짙어진 가운데, ‘퀸덤’ 측이 또 다시 파이널 문자 투표에 3차에 걸쳐 진행된 사전 경연과 음원 점수를 합산한 결과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퀸덤’ 제작진은 파이널 생방송 문자 투표 진행 방식에 대한 입장을 본지에 전해왔다. 생방송 당일 외부 참관인단 투입을 통해 투표 과정을 투명하고 문제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작진은 “‘퀸덤’ 마지막 회 생방송 문자 투표의 경우 외부 참관인단을 모셔 투표 과정에 대해 검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최종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외부 참관인단의 경우, 생방송에 같이 투입돼 실시간으로 투표 실황을 검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참관인단 구성은 채널이나 프로그램과 전혀 관계없는 100% 외부인으로만 선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 외부 참관인단의 구체적 인원이나 선출 방법은 논의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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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터트롯’ 측은 내년 1월 첫 방송을 앞두고 “아직 기획 단계”라는 입장을 전했다. TV CHOSU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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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트로트퀸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인 TV CHOSUN ‘미스트롯’은 내년 1월 새 시즌인 ‘미스터트롯’ 론칭을 앞두고 있다. ‘미스트롯’ 역시 파이널 무대 당시 생방송 문자 투표를 진행했던 바, 본지는 ‘미스터트롯’을 기획하고 있는 TV CHOSUN 측에 생방송 문자 투표의 공정성 확보와 관련한 계획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 측은 “아직 기획 단계로, 방송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상태라 관련해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미스터트롯’ 외에도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MBN ‘보이스퀸’과 엠넷 ‘십대가수’ 역시 각각 다음 달과 내년 상반기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프듀X’의 조작 의혹에서 번진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앞 다투어 론칭 중이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기획이 아닌 분명한 대책 강구가 우선되었을 때 비로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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