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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보고타'는 위기의 땅일까, 기회의 땅일까.
해발 2,600m 안데스산맥 동부에 위치한 이곳.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여기, IMF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인 가족이 새로운 꿈을 안고 발을 디뎠다. 늘 그렇듯 생존은 쉽지 않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머나먼 타국에서 이방인이 된 한국인의 생존기를 그린다. 장르는 강렬한 범죄 드라마를 표방한다. 메시지는 끈질긴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찰.
"머나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넓은 세계로 나가려고 했는데, 훨씬 작은 공동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욕망·갈등·우정·배신을 그렸죠." (김성제 감독)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측이 19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김성제 감독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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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IMF 직후를 다룬다. 새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 가족. 그가 보고타 한인 사회에 발 들이며 펼쳐지는 이야기.
국희의 파란만장 생존기가 펼쳐진다. 격동의 시대에 무너진, 무능력한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 국희는 그 사이에서 한인 사회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며, 생활력 강한 청년으로 자란다.
카메라는 국희를 중심으로, 한인 사회의 갈등과 인간의 욕망과 생존력을 따라간다. 김성제 감독이 직접 창작한 시나리오와 구도. 그가 메가폰까지 잡고 진두지휘했다.
김 감독은 "머나먼 곳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며 "넓은 세계로 나가려고 했는데 훨씬 작은 공동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욕망·갈등·우정·배신을 그렸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이민을 갈 때 '넓은 세계로 나간다'고 꿈꾸지만, 막상 가보면 작은 공동체 안에 갇혀 산다"며 "그때 욕망이나 감정이 선명하고 밀도 있게 나타날 것 같았고, 매력을 느꼈다"고 짚었다.
김 감독은 각종 취재를 통해 영화를 완성했다. "현지에서 많은 취재를 거쳤다. 콜롬비아의 패딩 장사, 라쿠카 라차의 서사 등 디테일한 재료들을 찾아서 장르적 구성을 했다"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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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가 주인공 국희를 맡았다. 19세 소년의 어리숙한 얼굴부터 가장 높은 6구역에 들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 그 이후의 단단함까지. 입체적인 서사를 연기했다.
송중기는 "국희는 제가 선택했던 캐릭터 중 가장 주체적이고 자기 의지가 확고하다. 또 욕망이 가득한 인물이다"고 표현했다. "로기완, 화란의욕 없는 캐릭터와 다르다"고 짚었다.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해 갔을까. 그는 "국희가 보고타에 도착했을 때, 적응했을 때, 3년 후 한인 상인회 회장을 맡을 때로 나눴다. 3단계 변화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순수한 인물이 변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죠. 어리기만 했던 아이가 도움이 되지 않은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죠. 생존을 할 사람이 본인밖에 없었던 겁니다."
김 감독은 "송중기는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일지도 강단 있고 무대뽀 같다"면서 "일종의 똘기를 가진 모습을 십분 살리면서 다른 느낌의 송중기를 풀어가는 게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극 중 스페인어 연기도 선보인다. 그는 "안 해봤던 걸 하는 걸 좋아한다. 스페인 대사를 내뱉으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며 "호기심과 자극이 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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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장인들은 무게감을 더한다. 이희준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 통관 브로커 수영으로 분한다. 권해효는 한인 사회 최고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 큰손 박병장을 연기한다.
특히 이희준은 캐릭터를 위해 증량을 거듭했다. 그는 "30, 40대를 다르게 표현하고자 체지방을 8%에서 16%로 조절하며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은 어땠을까. 배우들은 실제 콜롬비아 보고타의 6구역 로케이션에 임했다. 모두 입을 모아 "낯선 환경은 현장감과 몰입감을 더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송중기는 "해외 촬영이 항상 변수가 많아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낯선 환경에 집중하기 보다, 어디가 됐든 그 안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갈등 서사에 집중하려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배님,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같이 부대끼다 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동료들에게 힘을 얻으며 잘 지냈다"고 공을 돌렸다.
현지의 분위기까지 익혔다. 권해효는 "배우들끼리 틈날 때마다 길거리 노천, 카페에 갔다. 분위기와 호흡을 느꼈다"며 "태닝도 하며 현지 사람들을 닮아가려 했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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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영화 속 콜롬비아는 무법지대, 불법 밀수 천국으로 그려진다. 현장에서 한 나라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 것.
김 감독은 "실제 포브스지에 나왔던 마약왕이 1993년 보고타에서 죽은 걸로 알고 있다. 제가 설정했던 10년 전 보고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였다"며 "나라 이미지를 훼손하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 스스로도 느꼈던 고민도 털어놨다. "연대기 영화를 만드는 것에 두려움과 도전이 공존했다. 2시간 안에 캐릭터 변화를 담는 게 제법 흥미롭고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주역들은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권해효는 "변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자, 변함으로써 생존하려는 자 등의 이야기다.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굳은 동료애도 드러냈다. "출연한 배우들 모두 호흡을 맞춰본 적이 많지 않은 이들이다. 적당한 낯섬이 주는 힘이 있었다"며 "상대 배우를 믿는 마음만 있으면 됐다"고 전했다.
영화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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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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