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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허문회 감독, ‘감독들의 무덤’ 롯데가 선택한 또 다른 ‘부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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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은 또 다시 부산 남자였다. 이제 2020시즌, 롯데는 허문회호가 뜬다.

롯데는 27일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였던 허문회 신임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키움과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나온 발표였다. 물론 그 동안 허문회 감독의 롯데 사령탑 부임은 야구계에서 파다했던 소문이다. 한국시리즈에서 키움이 4패로 준우승이 확정되면서 일분 언론을 통해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왔고, 장정석 키움 감독이 패장 인터뷰에서 허 감독의 롯데행을 인정했다.

롯데의 2019시즌은 어수선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임된 양상문 감독이 전반기를 마치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중도 퇴진했다.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지만, 최하위에 그쳤다. 10개 구단 체제 출범 후 첫 최하위다.

매일경제

허문회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가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는다. 사진=김재현 기자


이후 성민규 단장 선임을 시작으로 롯데는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롯데는 새 감독의 조건으로 데이터 활용에 능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지도자를 내세웠다. 외국인 감독이 유력하다는 시선이었지만, 허문회 감독이 그 적임자가 됐다. 허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하면서 롯데는 “뛰어난 소통능력으로 선수들의 신망이 두텁고, 타격코치와 수석코치를 거치면서 지도력과 리그 적응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허문회 감독이 구단의 새로운 비전을 함께 실천해 나갈 1군 감독으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허문회 감독은 롯데의 제19대 사령탑이다. 전임 양상문 감독이 두 차례 롯데 지휘봉을 잡았고, 롯데의 유일한 우승 감독인 강병철 감독은 세 차례 롯데 사령탑을 역임했다.

롯데는 연고지인 부산 출신 감독이 많았다. 16명의 감독 중에서 부산에서 태어나지 않거나, 부산에서 고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은 김진영(인천) 우용득(대구) 백인천(서울) 제리 로이스터(미국) 양승호(서울) 김시진(대구) 등 6명 뿐이다. 나머지 11명은 부산 출신으로 분류된다.

특히 2014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김시진 감독 이후에는 모두 부산 출신 감독들이 부임하고 있다. 2015시즌 지휘봉을 잡았던 이종운 감독이나, 2016~2018시즌 사령탑이었던 조원우 감독, 양상문 감독 모두 부산에서 고교시절을 보냈다. 다만 조원우 감독은 롯데에서는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다.

허문회 감독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부산중앙초-초량중-부산공고-경성대) 부산에서만 보낸 부산 사나이다. 다만 프로 데뷔는 1994년 LG트윈스에서 했다. 2001년 7월 당시 내야수였던 한규식과 맞트레이드 돼 롯데와 인연을 맺긴 했다. 하지만 2002년까지 대타 전문으로 활약하다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2003년 LG로 돌아가 은퇴했다.

롯데 구단이 설명한 것처럼 허 감독은 선수와 소통이 장점인 지도자다. 특히 선수들에게 다가가 고민을 들어주는 스타일이다. 한 가지 고민에 대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밤새 함께 이야기하는 유형이다.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타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코치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야구대표팀에 선발돼 훈련 중인 외야수 민병헌도 “같은 팀에서 야구를 하진 않았지만, 좋으신 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허문회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롯데는 최근 10년 사이 7명의 감독이 부임하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프런트색이 강한 롯데에서 온화한 지도자인 허문회 감독이 중심을 잡을지 걱정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롯데는 소통형 지도자를 선택했다.

무엇인가 짜임새 없는 야구를 했던 롯데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 재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성민규 단장이 강조했던 프로세스, 롯데가 가져보지 못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허문회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허 감독은 “그 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경기 운영과 편견 없는 선수 기용을 하여 롯데가 롱런 할 수 있는 팀이 되는 데에 일조하겠다.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야구의 도시, 롯데자이언츠의 감독을 맡게 되어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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