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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이틀 만에 바뀐 전술, 손흥민은 무리뉴의 호날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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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리그 5연속 무승, 원정 경기 12연속 무승의 늪에 빠져있던 토트넘 홋스퍼가 주제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3-2로 꺾고 반등했다. 감독 교체가 선수단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전술적 변화가 뚜렷했다. 무리뉴 감독은 단 이틀의 훈련과 선발 명단 조정, 포지션별 역할 단순화를 통해 토트넘을 효율적으로 이기는 팀으로 바꿔놨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 부임 회견에서 "지난 5년 반동안 만들어진 기반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웨스트햄과 23일 2019-20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경기에 내세운 포메이션은 지난 몇 주간 포체티노 감독이 배열한 것과 다름없는 4-2-3-1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세부 사항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 변화의 동인은 "선수들이 편하게 뛰는 것"이다.

현대 축구 전술은 선수들의 높은 기술력과 전술 이해력, 몇 수 뒤의 상황을 끌어내는 복잡한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지는 포지션 플레이로 진화해왔다.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도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빌드업과 풀백의 전개 관여, 전방 지역 선수들의 기술적 하모니를 선보였다.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으로 이어진 DESK 라인은 기술, 창조성, 속력, 결정력을 절묘하게 융합했다.

◆ 무리뉴가 이틀 간 준 변화, 선수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게 하다

에릭센이 동기부여나 경기 컨디션 측면에서 정점에서 내려온 가운데 무리뉴 감독은 과거 본인이 이끌었던 팀의 성공 방정식인 좌우 윙어를 활용한 공격 형태를 시도했다. 해리 케인을 원톱으로 두고 돌파력을 갖춘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동시에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패스를 공급해줄 10번 자리에 델레 알리를 배치했다.

"여러분은 때때로 4-3-3이나 4-2-3-1을 보고 같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같지 않다. 같은 포지션, 전술적 기반을 갖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역동성을 가져오느냐다. 난 내 방식대로 하고자 했다. 나는 선수들이 편안하게 뛰도록 하고 싶었다. 우리는 종종 선수들에게 이미 준비되어 있지 않은, 주지 않은 것을 요구하며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난 해리, 손흥민, 루카스, 윙크스, 에릭에게 그들을 가장 쉽게 만드는 것, 그들의 능력에 적응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을 기반으로 경기를 지배하길 원하는 팀은 선수들이 개별 포지션의 역할에 집중하기 보다 상황에 따라 포지션과 역할을 바꿔가며 공간을 만드는 플레이를 추구한다. 이러한 플레이는 높은 이해력과 오랜 훈련을 통해 숙련해야 한다. 무리뉴 감독은 이틀 간 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선수들의 역할을 단순화하고, 전술적 허점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전통적 9번 공격수를 선호하는 무리뉴 감독은 케인으로 하여금 전방 포스트 플레이와 2선 연계 플레이 등 전술적 역할을 주문했다. 케인이 상대 센터백을 묶어두는 미끼이자, 좌우 윙이 침투할 때 패스 레인을 형성하도록 했다. 케인이 부지런히 뛰어준 것은 손흥민과 루카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델레 알리의 수비 부담도 덜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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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뉴식 4-2-3-1의 핵심, 5인 수비와 5인 공격 '변형 스리백'

무리뉴 체제의 첫 경기에서 토트넘은 공격과 수비의 경계가 명확했다. 라이트백 세르주 오리에가 오른쪽 윙어처럼 뛰면서 앞에 언급한 4명의 선수와 더불어 5명의 선수가 공격 역할을 했다. 그리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와 에릭 다이어가 오버래핑을 자제한 채 사실상 스리백을 형성한 벤 데이비스,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다빈손 산체스와 5명의 수비를 형성했다.

웨스트햄은 4-4-1-1 포메이션으로 나섰는데, 토트넘이 5명의 공격적인 선수를 배치하면서 포백이 수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케인이 두 명의 센터백을 묶어두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손흥민, 알리, 루카스 내지 윙크스, 알리, 다이어를 상대해야 했다. 센터백과 풀백 사이를 공략하는 손흥민과 루카스의 공격에 웨스트햄의 좌우 측면 미드필더 야르몰렌코와 펠리피 안데르송은 수비적 기여가 부족했다.

무리뉴 감독은 공격 전개에 복잡하고 많은 패스를 요구하지 않았다. 스리백에서 좌우로 벌린 데이비스와 산체스가 하프 스페이스나 측면으로 길게 공을 뽑아주고, 돌파력을 갖춘 손흥민, 루카스, 오리에를 통해 중앙 지역에 슈팅 공간을 만들었다.

손흥민과 오리에가 사이드 라인에 가깝게 뛰면서 웨스트햄 수비 간격을 벌려 놨고, 중앙 지역에서 델레 알리와 루카스가 공을 잡거나, 전방으로 침투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손흥민, 알리, 루카스는 2선 지역에서 공을 전달 받았을 때 능숙하고 편안하게 돌파했다.

손흥민은 수비 시 4-4-2 대형으로 변한 토트넘의 왼쪽 측면에서 수비적으로도 부지런히 뛰었으나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케인을 위한 전술적 미끼로 허비되지 않을 것이다. 웨스트햄전 토트넘의 두 윙어는 케인의 보조자가 아니라 중앙 지역에서 상대 수비의 견제를 유도한 케인과 알리의 존재로 돌파와 슈팅을 위한 많은 공간을 얻었다. 손흥민도 사이드 라인으로 벌렸다가 적극적으로 좁혀 들어와 슈팅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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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번형 케인, 10번형 알리의 활용…두 명의 윙어가 득점한다

토트넘의 세 골은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의 선제골은 웨스트햄의 공격 패스를 차단한 직후 신속하게 전개됐고, 루카스의 득점은 웨스트햄의 롱볼 전개를 차단하며 진행됐다. 케인의 헤더 득점도 웨스트햄의 파울 뒤 빠르게 프리킥 패스를 연결하며 이뤄졌다. 많은 인원의 많은 패스가 필요치 않은 득점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이자 선제골 상황은 윙크스가 2선의 알리에게 패스하고, 2선에 있던 손흥민이 웨스트햄 포백 뒤 공간으로 침투하며 공을 받아 마무리했다. 이때 케인은 손흥민, 알리, 루카스보다 뒤에 있었다. 공을 받기 위해 아래로 내려오면서 전방에 공간을 비웠다. 이 공간을 손흥민과 루카스가 가짜 투톱처럼 활용했다. 알리가 공을 잡았을 때 손흥민과 루카스가 나란히 배후로 침투하며 웨스트햄 수비를 혼란에 빠트렸다.

두 번째 득점 상황은 다이어가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으로 벌린 알리에게 패스했다. 케인과 루카스가 전방에서 배후로 달려들 준비를 했다. 왼쪽 측면 수비에 가담했던 손흥민이 빠르게 전진해 알리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문전 오른쪽으로 깊숙이 패스를 넘겼다. 루카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세 번째 득점 상황은 알리가 중앙 지역에서 웨스트햄 중원 견제 두 명을 벗긴 뒤 윙크스에게 패스하며 시작된다. 윙크스가 공을 좌측에서 우측 전방으로 전환했고, 빠르게 올라온 오리에가 잡은 뒤 크로스를 올려 케인의 헤더 득점으로 마무리됐다.

오프사이드에 걸리기는 했지만 데이비스의 전진 패스, 알리의 스루 패스에 이은 케인의 슈팅은 손흥민과 루카스가 좌우에 배치되어 중앙 지역에 틈을 만들었다. 그동안 알리는 에릭센이나 에릭 라멜라, 조반니 로셀소 등과 호흡을 맞추며 본인의 주도로 2선을 운영하기 어려웠다. 홀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10번 역할을 맡자 탈압박과 스루 패스로 좋은 기점 패스와 키패스를 만들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지원하며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세 명의 공격수가 앞에 있으니 패스 옵션도 많았다. 특히 돌파와 득점에 능한 손흥민과 루카스의 '투 윙어'는 무리뉴의 주요 득점 루트가 될 가능성을 보였다.

"델레는 잉글랜드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예전의 그 모습을 보여줬다. 델레가 어떤 공간에서 뛰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지적인 선수이고,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팀에겐 아주, 아주 중요하다." (주제 무리뉴)

윙크스와 다이어로 구성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비 구조적 안정성은 물론 기점 패스, 전환 패스 등을 뿌리는 데도 능숙해 좌우 측면에 돌파가 좋은 토트넘 공격진이 빠르게 역습하고, 사이드 전환 플레이를 하는 데 긍정적이었다. 수비적으로는 뒤에 키가 큰 세 명의 선수를 배치하면서 견고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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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은 무리뉴의 새로운 호날두가 될 수 있다

부임 후 이틀만에 경기를 해야 했다는 점에서 이 경기가 향후 무리뉴 체제 토트넘의 밑그림이 되리라 예단하기는 섣부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이전에 맡았던 팀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없는 변화는 아니다. 손흥민은 웨스트햄전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것은 물론 BBC 선정 주간 최우수 공격수로 선정됐다. 무리뉴 감독이 개편한 공격 전술에서 1골 1도움으로 가장 파괴적인 역할을 했다.

9번 공격수인 케인이 만들어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돌파와 득점, 도움을 할 수 있는데다 공을 상대에 내준 상황에서는 수비적으로도 부지런히 기능했다는 점에서 무리뉴 감독의 첫 번째 옵션이 되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양발 슈팅이 가능하고, 중거리 슈팅 능력을 갖춘데다 역습 시 속도 측면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점에서 손흥민은 많은 토트넘 공격 자원 중에서도 무리뉴가 선호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

등번호 7번을 달고 뛰는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우상으로 삼고 성장했고, 전성기 시절 호날두의 플레이 스타일과 적지 않은 유사성을 갖는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던 시절 공격수 카림 벤제마를 연계형 9번으로 활용하고,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을 전형적이 10번으로 운영하면서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진입하는 호날두를 가짜 7번으로 세워 호날두의 득점력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는 2011-12시즌 라리가에서 승점 100점으로 우승하며 38경기에서 무려 121골을 몰아쳤다.

호날두는 무리뉴 감독 부임 첫 시즌(2010-11)에 프로 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40골을 넣었고, 2011-12시즌 46골을 기록하며 득점력이 만개했다. 무리뉴 감독과 치른 첫 경기에서 2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린 손흥민도 그와 같이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의 득점을 손흥민에게 집중시킬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전술 구조에서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를 올릴 기회가 가장 많이 찾아올 선수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무리뉴 감독은 배후를 탄탄히 하고, 열린 공간으로 역습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능하다. 토트넘 부임 전 방송 해설에서 "역습할 때 손흥민보다 나은 선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는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역습 능력과 득점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낸다면 손흥민이 무리뉴의 새로운 호날두가 되리라는 전망은 현실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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