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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어린이팬 지나친 KCC 선수단, 프로 의식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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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팬 지나친 KCC 선수단, 프로 의식은 어디에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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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암흑기는 잊어버린 것일까.

프로농구 전주 KCC는 지난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64-90, 26점차 대패를 당했다.

KCC는 지난 11일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울산 현대모비스로부터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며 국가대표 로스터를 구축했으나, 최근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하는 등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완패보다 더 큰 이슈가 발생했다. KCC 선수단의 팬서비스가 도마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이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KCC 유니폼을 착용한 어린 팬이 하이파이브를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KCC 선수단 대부분이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외면했다. 어린이팬과 손을 마주친 선수는 라건아와 한정원 뿐이었다.

KCC의 이번 팬 서비스 논란은 순풍이 불고 있는 농구계에 찬물을 끼얹은 행동이다.

최근 몇 년간 침체기에 빠졌던 농구계는 올 시즌 감독과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에 나서면서 인기 회복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과 서동철 KT 감독은 전술이 노출될 수 있음에도 경기 중에 마이크를 차며 팬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선수단도 경기가 끝난 직후에 팬들을 마주하고 있다. KBL 사무국은 라운드가 끝날 때 마다 팬들을 초청해 '보이스 오브 케이비엘'(Voice Of KBL)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KCC도 매 홈경기 전날 5명의 팬을 초대해 전창진 감독과 식사를 하는 '전창진 감독이 쏜다'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올 시즌 KBL은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을 시도하면서 전 시즌 보다 약 20% 늘어난 3297명의 평균 관중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KCC 선수단의 태도 논란은 이미지 쇄신에 힘쓰고 있는 KBL과 다른 구단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특히 '농구 도시'로 불리는 전주에서 이러한 논란이 발생한 것에 안타까움이 따를 뿐이다.

KCC는 팬들의 충성심이 상당히 높은 구단이다. 성적을 떠나 팬들이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가장 많이 찾는 구단중 하나다.

KCC는 이날 4056명의 관중이 전주 경기장을 찾는 등 최근 3연속 매진(3경기 평균 관중 4075명)을 기록했다. 트레이드 이후 연일 화제가 된 KCC 구단이지만, 이날 승패를 떠나 보인 아쉬운 팬서비스는 팬들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KCC에서 1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했던 하승진은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영상'에서 '프로스포츠는 팬이 없다면 프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들은 콧대가 너무 높다. 팬 서비스를 귀찮아하고 무시하면 절대 안 된다'라며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라고 선수들의 마인드를 강하게 비판한 적 있다.

KCC 선수단은 너무나 안일했다. 트레이드 이후 분위기 침체, 당일 경기 대패 등 악재가 겹쳤으나, 주말에 시간과 돈을 쓰고 찾아온 팬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경기 결과에만 집착해 팬들을 배려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결국 KCC는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다음달 8일 전자랜드전에서 해당 팬을 초청해 선수들과 포토타임 행사를 갖기로 했다.

선수들에게 팬서비스는 논란은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매번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경기 직후엔 팬들과의 스킨십을 거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향한 예의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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