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천적’ 中과 무승부… 새 출발 女축구 희망 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EAFF E-1 챔피언십 1차전 / 첫 외국인 사령탑 벨 데뷔전 성공 / 지소연 등 유럽파 빠졌어도 성과 / 강한 압박 눈길… 골 결정력은 부족

세계일보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손화연(오른쪽)이 10일 부산 구덕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부산=뉴스1


한국여자축구에겐 2019년이 정체된 채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던 답답한 시간이었다. 야심차게 나선 6월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전 전패, 1골 8실점으로 실망만 남겼다. 월드컵 여파로 역대최고인 14위까지 올랐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20위까지 추락했다. 악몽은 여기서 끝날 줄 알았지만 계속됐다. 월드컵 이후 최인철 감독이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선임 직후 선수 폭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나야 할 시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또 한 번 좌절했다.

이런 한국 여자축구가 새 감독과 함께 다시 출발한 첫 경기에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10일 부산 구덕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1차전에서 중국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 경기는 최 감독 퇴진 이후 한국 여자축구 최초 외국인 사령탑으로 10월 부임한 콜린 벨 감독의 데뷔전. 아직 새 대표팀 체제가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벨 감독은 부담스러운 상대를 첫 상대로 맞아들였다. 세계랭킹 16위 중국은 한국의 명실상부한 천적으로 역대 36번 맞붙어 4번 승리하는 동안 무려 27번 패했다. 특히,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1대0 승리 이후 최근 4경기 동안은 연속으로 무릎을 꿇었다.

부담스러운 상대가 눈앞을 다시 가로막고 섰지만 벨 감독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그동안 강호를 상대로 물러서는 경기를 펼치곤 했던 대표팀 선수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정력 부족 탓에 무득점에 그쳤지만 점유율에서 55%-45%, 슈팅수에서 6-5로 앞서며 중국을 압박한 끝에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희망을 남긴 경기였다. 공격진과 중원의 핵심인 지소연(첼시), 조소현(웨스트햄), 이금민(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파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여서 더욱 값졌다.

벨 감독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1차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 행복해요”라는 한국말로 첫 소감을 밝힌 뒤 “중립적인 관객이 봤을 땐 우리가 나은 팀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