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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선수협, 논란끝 명예의 전당 입성한 밀러 같은 인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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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국프로야구선수협 이대호 회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총회 후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2019. 12. 2.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 9일(한국시간) ML(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초대 사무총장 마빈 밀러에 대한 재평가가 완성됐다. 밀러는 ML 원로위원회 투표를 통해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지난 2012년 11월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밀러지만, 그가 맹렬하게 투쟁했던 기록들은 고스란히 남아 현대 프로스포츠의 뿌리로 자리매김했다.

언제나 그렇듯 변화를 향한 과정은 고되고 때로는 처절하다. 밀러는 선수노조 사무총장으로 부임한 1966년부터 1982년까지 단계적으로 ML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1968년에는 세계 최초로 ML 구단주 그룹과 선수노조가 프로스포츠 노사협약을 체결했고 최저 연봉 규모를 43% 가량 끌어올렸다. 1970년도에는 연봉조정신청 제도를 마련했고 1970년대 중반에는 FA(프리에이전트) 제도를 확립했다.

밀러가 선수노조를 이끌기 전까지 ML 구단은 선수에 대한 독점소유권을 행사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는 트레이드나 방출, 룰5 드래프트가 아닌 이상 구단에 존속될 수밖에 없었다. 밀러는 선수들의 인권 향상은 물론 구단간 경쟁과 변화를 통한 리그 전체의 발전을 주장했고 그러면서 ML는 가장 선진화된 프로리그로 자리매김했다. 밀러가 선수노조를 떠난 1982년 ML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1966년 1만9000달러에서 32만6000달러로 크게 올랐다. ML 산업규모 또한 이와 비례해 커졌다.

그런데 밀러는 사무총장을 맡아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구단 혹은 언론과 충돌했다. 전세계 다수의 프로스포츠 리그가 ML 제도를 본받고 있으나 밀러는 2011년과 2018년 명예의 전당 원로위원회 투표에서 헌액 기준인 75%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원로위원회 임원들의 밀러를 향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뉘곤 했다.

KBO리그도 현재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20년 동안 변화가 전무한 FA 제도 선진화를 두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수 년째 대립 중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선수협에는 과거 최동원이나 선수협 초대 구성원들과 같은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 힘들다. 올해초 선임된 이대호 회장이 발벗고 나섰지만 이 회장 또한 1년의 대부분을 그라운드에서 보내는 선수다. 이 회장의 오른팔과 두뇌가 역할을 맡을 전문인력이 절실하다.

일단 선수협은 지난 2일 총회에서 지도부 변화를 발표했다. 새 사무총장으로 마케팅 및 홍보 전문가 김태현 씨를 임명했고 법률자문 위원으로 오동현 고문변호사를 위촉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마케팅과 법률적 부분을 이원화시켜 보다 전문화된 선수협이 될 것을 다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김선웅 전 사무총장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마치는 이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정당한 평가는 역사를 통해 이뤄진다. 선수협도 그렇다. 지금 당장은 여러가지 정책을 두고 찬성과 반대, 옳고 그름이 빗발칠 수 있다. 하지만 밀러 사무총장처럼 뚜렷한 청사진을 펼쳐보이며 뚝심있게 밀어붙인다면 수십년 후에는 선수협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재평가를 받게 된다. 향후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이 설립될 때 최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협 임원이 헌액돼야 KBO리그도 몇 단계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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