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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퇴장 불사한 박항서 감독, 태극기로 보답한 베트남 선수들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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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박항서 감독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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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박항서 감독이 제자들을 지켰다. 베트남 선수들은 스승을 향한 예우로 보답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제압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에 또 하나의 선물을 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2017년 베트남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 스즈키컵 우승, 2019 아시안컵 8강 등 굵직한 성과를 내왔다. 여기에 SEA게임 금메달까지 보태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베트남이 SEA게임 남자축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59년 이후 60년 만이다. 통일 후에는 첫 금메달이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은 2주 남짓한 기간에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박항서 감독도 이런 일정의 대회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베트남은 7경기에서 6승1무의 압도적인 승적으로 무패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난 속에서도 용병술과 전술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인터뷰시에는 ‘베트남 정신’을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투혼을 불어 넣었고, 경기 중 선수들이 다치거나 반칙을 당하면 강한 항의로 제자들을 보호했다. 이러한 박항서 감독의 모습에 베트남 선수들과 국민들은 또 한 번 박항서 감독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베트남은 전반 39분 도안 반 하우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후반 들어서도 도홍중과 도안 반 하우의 연속골을 보태며 3-0으로 달아났다. 사실상 우승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32분 베트남 선수가 인도네시아 선수에 걸려 넘어진 뒤 반칙이 선언되지 않자, 박항서 감독은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박항서 감독에게는 3-0 스코어보다 자신의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결국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센 항의로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그러면서도 이영진 수석코치와 경기 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스탠드로 올라간 뒤에는 팬들과 함께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의 모습을 보며 다시 정신무장을 한 베트남은 이후 실점 없이 3-0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박항서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다시 그라운드로 내려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박항서 감독의 모습을 보며 가장 고마움을 느낀 것은 베트남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헹가레로 박항서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기(금성홍기)를 들고 팬들 앞에 서자, 선수들은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들었다. 메달 시상식에서도, 우승 기념 사진을 찍을 때도 금성홍기와 태극기가 함께 나부꼈다. 스승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표현이었다.

박항서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친 베트남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U-22 대표팀과 함께 오는 14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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