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지 않은 표정을 짓는 야구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제공 | 스포츠서울 DB |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작은 밥그릇에 만족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ML) 최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얘기다.
올시즌 프리에이전트(FA)시장도 ‘보라스 쇼’가 될 전망이다. 2020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 풀린 최대어 게릿 콜(뉴욕 양키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앤서니 랜던 등이 모두 보라스 고객이다. 여기에 ‘코리안몬스터’ 류현진도 FA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보라스에 일임했다.
보라스의 ‘쇼타임’은 이미 시작됐다. 10일(한국시간) 스트라스버그는 7년 2억 4500만 달러(약 2918억 원)에 워싱턴의 손을 잡았다. 이 계약은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지난 2015년 보스턴과 맺은 7년 2억 17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다.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FA 최대어 콜은 11일 ML 투수 역대 최고액인 3억 2400만달러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최고 상한가를 달리는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보라스에 맡긴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보라스는 지난 2017년 약 19억 달러(한화 약 2조 2700억원) 어치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FA 총액 1억 달러(한화 1,195억 원)이상의 ‘잭팟’도 9번이나 터뜨린 주인공이다. ML 대표 ‘큰 손’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성과다. 지난 2014년에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전세계 스포츠 에이전시 중 가장 가치있는 에이전시 1위에 선정되는 영예도 누렸다.
추신수. (스포츠서울 DB) |
보라스의 ‘특급 계약’ 수혜를 받은 이들은 ML 토종 선수들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대표 메이저리거 박찬호(은퇴)와 추신수(텍사스)도 보라스 덕을 봤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지난 2001년 5년 6500만 달러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박찬호의 입단식 당시 보라스의 핵심 고객이자 텍사스의 상징적 인물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13시즌 이후에는 ‘역대급’ 계약이 또 한 번 성사됐다. 추신수는 지난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535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1억 달러 시대를 열었고, 한국 출신 중 가장 큰 규모의 FA 계약에 성공했다.
역대급 계약의 주인공인 만큼, 성적 하나 타석 하나 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계약 첫시즌에 타율 0.242, 13홈런 40타점에 그쳐 ‘먹튀’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부터 출루율 0.375, 22홈런으로 제 명성을 되찾았다. 올시즌도 뜻 깊었다. 개인 통산 1500안타를 채웠고, 5월 8일에는 15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지난 6월 5일에는 통산 200홈런 기록도 세웠다. ‘역대급’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아니지만 꾸준히 기량을 유지해온 결과다.
박찬호의 경우 텍사스 이적 첫 해인 2002년 9승 8패, 평균자책점 5.75, 이듬해에는 1승 3패, 평균자책점 7.58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22일에는 ML 30개 구단의 역대 최악 FA 사례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얻기까지 했다. 그러나 텍사스 입단 전 LA다저스에서 활약했던 당시에는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2001년까지 통산 221경기에 등판해 80승 54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제 몫을 다했다. ‘큰 손’ 보라스의 계약은 이유없이 성사되지 않는다. 이른바 ‘먹튀’ 논란으로 오명을 쓴 이들이지만, ML식 화끈한 돈잔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한 실력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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