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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유니폼 사냥꾼'한테 당한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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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고 내세우며 선물 요청… 옷 받은 뒤엔 경매사이트에 올려

국내팬 "그는 전문 판매업자" 분노

조선일보

12일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올라온 손흥민 유니폼. 3000파운드(약 470만원)가 매겨져 있다. 판매자는 '인증샷'도 함께 올렸다. /이베이 홈페이지


손흥민(27·토트넘)의 숙소까지 찾아가는 지극정성으로 유니폼을 받아낸 한 우크라이나 축구팬이 고가 수집품을 경매 사이트에서 되파는 '유니폼 사냥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손흥민은 12일 바이에른 뮌헨과 벌인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경기(1대3 패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다 관중석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을 벗어 한 팬에게 건넸다.

의미 있는 선물을 받은 남성은 취재진에게 "우크라이나 출신 데니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부터 팬이었다"며 "오늘 아침 토트넘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 찾아가 손흥민에게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을 벗어달라'고 했는데 정말 약속을 지켜줘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행운의 주인공인 듯했던 그는 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에 유니폼을 매물로 올렸다. 가격을 3000파운드(약 470만원)로 정하고, 판매글 제목에 '손흥민의 뮌헨전 실착 유니폼'이라고 적어놓고 자신이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받은 직후에 찍은 '인증 사진'도 띄웠다.

국내 팬들은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손흥민 유니폼을 받은 사람이 전문 '되팔러(소장 의도가 없으면서 가격만 올려 되파는 사람)'였다. 이베이 판매 목록을 보면 그가 수년 전부터 스포츠용품을 3000여개 수집해 되팔아온 판매업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포츠 스타가 '레전드(전설)'의 반열에 오르면 은퇴한 뒤에도 관련 용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난 6월엔 1920년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런왕이었던 베이브 루스의 뉴욕 양키스 유니폼이 역대 스포츠용품 최고가인 564만달러(67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선수 입장에선 이런 '상업적 되팔기'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18)은 지난 9월 '유니폼을 달라'는 어린이 팬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팬을 가장해 유니폼을 얻은 다음 판매할 수 있으니 유니폼을 주지 말라는 구단 직원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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