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이정현(32·KCC)의 손끝이 승패를 갈랐다.

경기 초반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안양 홈팬들은 고개를 숙였다. 플레이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KGC인삼공사 선수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이 이정현은 하고 싶은 모든 플레이를 펼쳤다. 성탄절 이브날 만남, 이정현이 안양에 악몽을 안겼다.

KCC는 2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와 원정경기에서 70-63(25-6 12-17 17-19 16-21)로 꺾었다. 지난 14일 서울삼성전 승리 이후 5연승을 신고한 KCC는 최고의 팀 분위기로 군산으로 향하게 됐다. 특히 1승을 추가해 16승10패를 기록한 KCC는 인삼공사(15승10패)를 제치고 단독 2위에 올랐다.

이정현이 연승의 중심에 섰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라건아와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의 스크린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박지훈과 변준형(이상 KGC인삼공사)이 앞선에서 이정현의 움직임을 봉쇄하고자 했지만 이정현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돌파와 외곽슛 모두 이정현의 페이스대로 흘렀다.

필요할 땐 외곽슛으로 상대 기를 꺾었다. 이정현의 3점슛은 매번 인삼공사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날 이정현은 22득점 7리바운드 4도움을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38%(6/16)로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3점슛 성공률은 45%(5/11)에 달했다. 두 차례 시도 중 한 번은 무조건 골로 연결됐다. 중요한 것은 인삼공사가 추격에 불을 붙일 시점마다 이정현의 3점슛이 터졌다. 인삼공사가 이날 1쿼터에만 3점슛을 12개 시도해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정현의 외곽슛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 수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대4 트레이드 이후 KCC는 연패의 늪에 빠졌었다. 우승후보란 평가와 달리 손발이 맞지 않았고 선수들의 몸놀림도 무거웠다. 이대성과 이정현의 공존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였다. 전창진 감독은 호흡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선수들끼리의 교감을 우선시했다.

그런데 손발이 맞아가던 시점에 이대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라건아와 찰스 로드, 송교창 등 믿을 만한 선수들은 많지만 전 감독의 작전 지시는 이정현에 향했다.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나 놓칠 수 없는 승부처에서 여지없이 이정현이 슛을 던지도록 했다. 그리고 이정현은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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