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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파이트머니 횡령 폭로 함서희, ‘한일 격투기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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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함서희.


2019년 연말, 한국 종합격투기(MMA)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 종합격투기(MMA) 여성부 아톰급의 세계랭킹 1위 함서희(33 팀매드)가 한국과 일본의 양대 메이저 격투기 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한일 메이저 챔피언 등극, 이어진 충격적 소식

로드FC(ROAD FC)의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는 일본의 격투기 단체 라이진(RIZIN)의 아톰급 챔피언 하마사키에게 도전, 2대1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함서희는 대한민국 여성 격투기 선수 최초로 한일 양대 메이저 MMA 단체 챔피언이 되었다. 20년이 되지 않는 한국의 종합격투기(MMA)역사를 봤을 때, 의미 있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일 메이저 MMA 단체 통합 챔피언 타이틀의 영광과 기쁨의 환호도 잠시, 함서희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15년간 함서희의 일본 격투기 대회 진출을 주선했던 일본측 에이전시 CMA의 모로오카 대표와 그의 아내 이윤식 씨가 함서희의 출전료를 횡령했다는 것이다. 함서희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19년에 출전한 두 게임, 3,0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횡령당했다. 15년간 지속된 관계를 감안하면 더 많은 금액이 함서희 모르게 착취되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함서희는 자신이 착취당한 금전적 손실 이전에 15년간의 신뢰가 무너진 것에 대해서 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함서희가 부모처럼 생각하며 따르던 이들이었기에 선수가 느낄 배신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함서희는 본인이 겪은 피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당할 피해를 막는 차원에서 해당 내용을 공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시합, 일본 격투기 관행?

10여 년전만해도 국내 격투기 선수들의 해외진출 연결 창구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일본 격투기 단체와 긴밀한 공조가 가능한 에이전시에게 전적으로 경기주선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한국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일본 진출에는 몇몇 에이전시가 거의 독점적으로 일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번 횡령 건에 단순히 하나의 에이전시만 관련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일본 내 격투기 단체, 관계자, 에이전시가 조직적으로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일본 에이전시들은 그저 순수하게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돕는 서포터로서 자신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은 시합 주선에 있어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고까지 밝혔다. 때문에 무명의 선수들은 시합 개런티를 전혀 받지 않고 시합을 뛰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전시들은 이를 일본 ‘격투계의 관례’ 혹은 ‘수련 과정의 일부’로 포장했다. 여기에 계약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함서희 역시 지금까지 일본 시합을 뛰는데 있어서 계약서를 확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선수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격투기 단체의 관계자에게 '계약서 없이 시합이 성사 되는 경우가 빈번한가?'라고 질문했다. 답변은 “그렇지 않다”였다. 일반적으로 선수를 파견하거나 시합을 주선하게 되면 계약서를 먼저 확인하고 여기에는 선수 개런티 항목도 당연히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함서희의 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 반응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것이었다. 해당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일본 격투기 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자가 에이전시를 자처하며 이를 악용한 사례는 이미 과거에도 수 차례 있어 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과연 일본의 격투기 대회 주최측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통상적으로 일본 격투기 대회의 주최측은 선수 개런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투명한 개런티 관례 때문에 부정의 여지가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함서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해 한일격투기 발전에 해악이 되는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아직까지 일본에 비해서는 협소한 국내 격투기 시장이지만, 적지 않은 일본 선수들이 한국 대회를 찾고 있다. 에이전시의 나쁜 관행은 비단 한국선수뿐만 아니라 일본 선수들에게까지 파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만약 함서희가 한일 양국 격투기계에서도 영향력이 미비한 선수였다면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함서희는 본인과 동료 선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선수의 용기 있는 결단을 계기로 올바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한일 격투계의 과제이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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