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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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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도전하는 KBL 황인태 심판 "꿈의 무대, 즐기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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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심판들의 '일관성' 배우고싶어"

"타임아웃·자유투 때 용병들한테 코트영어 배워"

연합뉴스

기자회견 나선 황인태 심판
[KBL 제공]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동료 심판들이 미국프로농구(NBA) 가서 돌아오지 말라더라고요. 하지만 언젠가 돌아와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배운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최고의 무대 NBA는 선수들만 선망하는 게 아니다. 농구 심판이라면 누구나 NBA 코트에서 휘슬을 부는 꿈을 꾼다.

KBL 황인태(41) 심판은 이 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아시아인이다. 그는 곧 미국으로 건너가 오는 13일 NBA 심판양성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3년간 2~3차례 기회가 주어지는 테스트에 합격하면 NBA 심판이 된다.

아시아 출신 심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BA 서머리그와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의 황 심판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본 미셸 존슨 NBA 심판위원장이 직접 황 심판에게 이메일 초청장을 보냈다.

6일 서울 강남 KBL센터 교육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 심판은 "초청 이메일을 열어봤을 때 믿기지 않았다. TV에서나 보고, 꿈에서나 그리던 NBA 무대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심판은 2004년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KBL 심판을 맡아 465경기(플레이오프 포함)에 출장한 베테랑이다.

국제농구연맹(FIBA) 국제 심판으로도 활동하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농구 결승전 심판으로 출장한 바 있다.

다음은 황 심판과의 일문일답.

연합뉴스

황인태 농구 심판
[KBL 제공]



-- 초청장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 NBA는 TV에서나 보고, 꿈에서나 그리던 무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지다니, 믿기지 않았다. 내가 잘해서 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이 좋은 것일 뿐이다. 앞서 NBA에 도전했던 국내 심판 선배들이 계시는데, 이들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처우는 어떤가. 낯선 곳에서 도전하는 건데 망설임은 없었나.

▲ 연봉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교육생 신분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KBL에서 받는 것보다는 좀 적게 받는다. 테스트에 합격해 정식 심판이 되면 연봉이 더 오를 것 같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모든 게 다 새로운 환경 아닌가. 그래서 망설이기도 했고, 지금도 솔직히 두렵다. 그러나 가족이 응원해줘서 가기로 결심했다.

-- 아무래도 언어 문제가 적응에 가장 큰 걸림돌 아닐까.

▲ 그렇다. 영어 뉴스를 하루에 3시간씩 들으며 공부했다. 듣는 것은 문제없는데 영어로 말을 하는 건 아직 힘들다. 그래도 KBL 코트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배운 것들이 조금 도움이 될 것 같다. 타임아웃이나 자유투 때면 외국인 선수들에게 코트에서 쓰이는 영어 표현에 관해 물어보곤 했다.

-- 서머리그에서 미국 심판 판정 스타일을 경험했을 텐데 국내 심판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

▲ NBA 심판들도 실수한다. 다만,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규칙을 적용하는 과정이나 선수들의 항의에 응답하는 방식들을 보면 매우 획일적이다. 찌르면 곧바로 정해진 반응이 나오는 느낌이다. 그 기본에 충실한 일관성을 배우고 싶다.

연합뉴스

기자회견 나선 황인태 심판
[KBL 제공]



-- NBA에서의 목표는 뭔가.

▲ 처음 심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세운 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심판으로 활동하면서 그 꿈을 이뤘다. 여자 결승전 심판으로 배정됐을 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NBA를 경험하게 된 것은 내 심판 인생에 '보너스' 같은 것이다.

다만, 욕심은 없다. 우리 심판들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경기를 문제없이 끝내고 코트를 나오고 싶다는 욕심만 있을 뿐이다.

-- 인터넷에 한 농구팬이 황 심판의 NBA 행을 두고 '내가 이름을 모르는 심판인 걸 보니 훌륭한 심판인 게 분명하다'고 썼다.

▲ 심판이 욕을 많이 먹는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판정을 많이 해봤다는 뜻이다.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잘 모른다는 건, 내가 심판을 잘 봤다는 뜻이 아니라 배울 게 더 많은 심판이라는 뜻이다.

심판은 욕 안 먹기가 참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농구가 좋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코트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농구의 일부여서 행복하다.

-- NBA 무대에 가까이 다가섰다. 각오는 어떤가.

▲ 즐기면서 많이 배우고 돌아와 한국 농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 동료 심판들은 NBA 가서 돌아오지 말라지만, 돌아와서 다른 심판들과 내가 배운 걸 나누고 싶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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