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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뜨거움은 충분해…토너먼트에서 필요한 것은 침착함과 냉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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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조별리그 3전승했으나 정교한 플레이는 아쉬워

뉴스1

대한민국 U-23 대표팀 선수들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2020.1.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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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조별리그 3경기 결과로만 평가하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3전 전승을 거뒀다. 당연히 성공적이다. 하지만 김학범호의 최종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가 아니다. 토너먼트를 생각한다면 이제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지난 1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우즈벡)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생일날 멀티골'을 터뜨린 오세훈의 활약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3전 전승 조 1위로 깔끔하게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우즈벡, 아시아 전통의 강호 이란 등과 한배를 타 시작 전부터 '죽음의 조'로 꼽혔던 조합이라 우려가 따랐는데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8강행을 확정한 팀도 한국이고 유일한 3승 팀으로 이름을 남긴 것도 김학범호뿐이다.

우즈벡전에서 김학범 감독은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 37분 수비수 정태욱을 불러들이고 김태현을 투입했다. 김태현은 2차전까지 단 1분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다. 대회를 위해 소집한 23명 엔트리 중 2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 2명(안준수, 안찬기)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조별리그 3경기에 나서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가 나가든 모두 각자 몫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3명의 힘으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진짜 '원팀'을 추구했는데 그 쉽지 않은 공약을 실천했다.

남녀 각급대표팀을 통틀어 조별리그 3경기에 거의 모든 선수들을 로테이션 돌린 경우는 기억에 없다. 소집된 모두가 함께 3승을 합작하면서 에너지 소모는 반으로 줄었고 기세는 배가 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았기에 샴페인은 나중에 터뜨릴 필요가 있다.

다 이겼으나 내용적으로는 상대를 압도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약체로 평가됐던 중국과의 1차전은 냉정히 말해 고전했고 졸전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이동준의 '극장골'이 아니었다면 무승부로 끝났을 공산이 크고 이후 경기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이란과의 2차전도 쉽지 않았다. 전반에 2골을 넣었으나 후반 9분 추가골을 내주는 등 쫓기다 마무리했던 승리다.

이미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뒤 다소 홀가분한 상태에서 임한 우즈벡과의 최종 3차전도 승리는 챙겼으나 사실상 대등한 수준이었다. 우리 선수 몸에 맞고 굴절돼 들어간 선제골, 오세훈의 개인기가 폭발해준 추가골 등 어느 정도는 운이 따랐다.

투지는 넘쳤다. 모든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도드라졌다는 평이다. 김학범 감독 역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말로 정신무장은 단단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팀 분위기는 분명 고무적이고 그것이 조별리그 통과의 원동력이었다 해도 과언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 뜨거움을 조절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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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대한민국 U-23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2020.1.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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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3경기에서 대표팀은 공격과 수비 모두 침착함이나 정교함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패스로 상대 위험지역까지 침투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마지막 크로스나 슈팅이 부정확한 곳으로 향해 한숨을 지은 장면이 여럿이다. 수비 역시 다르지 않다. 조금 더 냉정했다면 마크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의욕만 앞서 우리 스스로 화를 자초했던 경우들이 왕왕 있었다. 그 선택이 패배로 이어지는 게 축구다.

조별리그는 그래도 긴 안목으로 판을 그릴 수 있지만 이제는 토너먼트다. 떨어지면 곧장 짐을 싸야한다. 우리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잘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 실력 발휘만큼 실수를 줄여야하는 단계다.

하고자하는 자세, 투지는 충분해 보인다. 올림픽 본선에 오르고 싶다는 의지는 강하게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그 뜨거움을 조금은 빼는 작업이 필요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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