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베스트 11은 없다” 모두에게 주전 기회 ‘김학범호의 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란전 7명·우즈벡전 6명 선발 명단 교체 ‘파격’

안정적 경기력으로 ‘도박’ 우려 씻어내고 호평 얻어

전원 무한경쟁 유도…무더위 속 체력 안배 효과도

경향신문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이 다르다. 어지간한 팀이면 다 정해놓는 ‘베스트 11’이 김학범호에는 없다. 누가 나가도 제 몫을 다할 수 있다는 든든한 자신감이 김학범호를 떠받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태국 랑싯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3승으로 조 1위를 차지, 8강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조별리그 2차전 이란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을 6명이나 교체했다. 보통 이렇게 대규모로 선발 명단을 바꾸면 경기력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날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이어가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김 감독의 ‘파격’은 계속되고 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를 거둔 뒤 두 번째 경기인 이란전에서는 중국전 선발 명단에서 7명이 바뀐 조합을 들고 나왔다. 도박이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결과는 달콤한 2-1 승리였다.

이런 김 감독의 과감한 선수 교체는 사실 미리 준비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두바이컵 때도 김 감독은 팀을 이원화시키며 선수들에게 두루 기회를 줬다. 또 그 안에서 옥석을 가렸다.

특정 선수에 기대지 않고 모두에게 무한 경쟁을 시키면서, 선수들의 기량도 살아났다. ‘열심히 해도 어차피 경기 출전은 어렵다’는 체념보다는, ‘열심히 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선수들의 의식을 지배하면서 팀 전체의 열정과 투지가 강해졌다. 이제는 이번 대회 엔트리 23명 가운데 누가 선발로 출전해도 팀 전체 전력에 큰 기복이 나타나지 않을 만큼 개개인의 경기력이 올라왔다. 김 감독도 “우린 정해진 베스트 11이 없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다.

김 감독의 준비는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의 효과를 낳고 있다. 무더운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태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관리다.

김 감독은 매 경기 대규모 선발 명단 교체를 가져가면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성공했다. 대표팀 선수들 중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뛴 선수는 주전 골키퍼인 송범근(전북) 한 명밖에 없다. 필드플레이어 중 3경기를 모두 출전한 선수는 오세훈(상주)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두 명뿐. 하지만 오세훈의 경우 이란전은 후반 추가시간에 들어가 1분 정도 뛰고 들어온 것이었기에 큰 의미가 없다. 모든 필드플레이어들의 출전시간 총합이 180분을 넘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뒤 “누가 출전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효과를 봤다. 우리 선수들은 더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베스트 11을 만들지 않은 것이, 지금은 김학범호의 강점이 됐다.

랑싯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