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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아는 만큼 보인다!' KBO 기록강습회 현장을 가다[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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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2020 KBO 기록강습회 현장. 사진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종이 한 장에 9회 말까지의 드라마를 담아낸다?’

최근 야구팬들의 팬심은 단순히 경기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관중석에서 보내는 열띤 응원뿐 아니라 수년간 야구를 보며 쌓아온 각종 지식을 뽐내는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러한 팬들의 ‘야구 사랑’에 꽉 찬 강습회로 응답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2020 KBO 기록강습회’에서는 뜨거운 그라운드 스토리를 종이 한 장에 담아내기 위한 강의가 열렸다. KBO 공식 기록원들이 강사로 나서고, KBO 공식 작성법을 토대로 타격 상황, 이닝별 내용, 투수 기록 등 경기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각종 부호로 적어내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 팬들의 비시즌 기간을 알차게 채웠다.

반응 역시 뜨거웠다. 수많은 변수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매번 발생하는 스포츠인 만큼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보는 즐거움은 더욱 풍성해진다. 전문가보다도 더 전문가다운 지식을 자랑하는 야구팬들이 기록강습회 문을 두드린 이유다.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뿐 아니라 학생, 회사원, 어린아이들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강의 현장을 찾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강습회인 만큼 수강 기회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KBO는 개강 하루 전인 15일까지 기한을 뒀지만, 신청자 폭주로 강의실 수용 인원이 초과돼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 KBO 관계자는 “총 270명의 수강생이 오셨다. 선착순이었는데 빨리 마감돼 문의전화가 정말 많이 왔다”며 뜨거웠던 수강 전쟁에 혀를 내둘렀다. 강의를 위해 단상에 선 윤병웅 기록원도 “33초 만에 수강신청부터 입금까지 끝내신 분도 계셨다. 손이 정말 빠르시더라”며 팬들의 열정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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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직접 제공한 기록강습회 강의 자료. 사진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첫날에는 기록위원장의 오리엔테이션과 야구 기록 일반론, 부호 활용 기록법 등이 진행됐다. 기록지 작성과 관련된 기본적인 설명이 이뤄진 이 날에는 수강생들이 휴대폰을 꺼내 스크린을 찍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둘째 날부터는 실전 연습이 이뤄졌다. 지난해 열린 NC와 LG의 와일드카드 경기 영상을 보며 직접 기록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경기에서 패했던 NC 팬들의 탄식이 강의실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더블 플레이, 대타, 투수교체 등 복잡한 상황을 기록지에 담아내야 할 때는 머리를 싸매는 수강생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쉬는 시간은 곧 ‘질문 전쟁’의 현장이었다. 기록원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만큼 단순한 기록 작성법뿐 아니라, 기록원이 되기 위한 과정, 기록실 이모저모 등 경기 외적인 질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틀간 단상에 선 송형민 기록원은 “6년 전 이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는데, 여기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같은 꿈을 꾸는 많은 수강생들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셋째 날까지는 KBO에서 직접 만든 강의자료와 함께 눈높이 설명도 진행됐다. 경기 중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직접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내 수강생들의 이해를 도왔고, 호응도도 뜨거웠다. 3일 내내 강의 현장을 찾았던 한 수강생은 “(기록지를) 대충 보고 읽을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제대로 배워보는 것은 처음이다.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서 전문가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강의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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