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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캘리포니아 LIVE]"그레이트 성재"…자원봉사자까지 매료시킨 임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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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성재. (사진=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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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킨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그레이트 성재(Great Sungjae).’

임성재(22)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 달러) 자원봉사자들에게 이 같은 별명을 선사 받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시즌 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임성재에게 “멀리 똑바로 치면서 퍼트까지 잘하는 엄청난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경기장 내에서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에서 온 기자를 보자 “임성재를 아는가”라고 물었다. 8번홀 그린에서 갤러리를 통제하던 롭 시라(Rob Shirra)는 임성재가 버디로 홀을 마치자 “성재는 퍼트와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잘하는 것 같다”며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PGA 투어에서 한국에서 온 성재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성재를 아는 팬은 많지 않았다. 골프대회 현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도 마찬가지였다. 임성재는 2부 격인 콘페리(당시 웹닷컴)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뒤 PGA 투어에 데뷔한 기대주였다. 그러나 현지 언론 및 투어 관계자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겨우 콘페리 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올라온 수많은 선수 중 한 명 정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위상은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임성재가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투어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콜린 모리카와, 카메론 챔프(이상 미국) 등을 제치고 신인상을 받자 현지 팬과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료 선수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전까지는 임성재가 PGA 투어에서 보여준 게 없는 만큼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PGA 투어 신인상 수상에 이어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한 뒤 동료들은 그에게 ‘강력한 무기(Strong Weapon)’, ‘기계(Machine)’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다가왔다.

임성재에게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는가’라고 묻자 “먼저 아는 척을 하고 사인 요청하는 팬들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들이 내게 별명을 붙여주고 좋게 말해줘서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1년이나 2년 반짝 잘 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꾸준히 팬들과 동료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성재는 새해 두 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18언더파 270타를 쳐 리키 파울러, 앤드류 퍼트남(이상 미국) 등과 공동 10위에 올랐다. 2020년 새해 첫 톱10이다.

결과만큼 경기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임성재는 7번홀(파4)에서 티샷을 오른쪽 워터해저드(페널티구역)에 빠뜨리며 위기를 맞았다. 마지막 날 1타는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더블보기 이상을 적어낼 경우 톱10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컸다. 임성재는 네 번째 샷으로 온 그린을 노렸지만, 공은 그린 근처에 멈췄다. 거듭된 위기의 순간 집중력이 돋보였다. 그린 밖에서 퍼터로 쳐서 공을 홀에 집어넣었다. 보기로 막아낸 임성재는 이어진 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바운스백(잃었던 타수 회복)에 성공해 위기를 넘겼다.

12번홀(파4)에서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그린 뒤 벙커에 빠진 공이 모래에 박혀 있는 이른바 ‘에그 프라이’가 돼 더블 보기를 했다.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이어진 13번홀(파3)에서도 다시 반전에 성공했다. 티샷을 3m에 붙인 뒤 버디에 성공했고, 이어진 14번홀(파4)에서도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 위기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임성재는 17번홀(파3)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잡아내며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강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며 위기의 순간을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임성재는 이날 경기에서 강자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보여줬다.

경기 뒤 임성재는 “이번 시즌 세 번째이자 새해 첫 톱10에 들게 돼 너무 만족한다”며 “좋은 분위기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9~2020시즌 톱10 횟수를 3경기로 늘린 임성재의 페덱스컵 랭킹과 남자골프 세계랭킹도 상승했다. 그는 페덱스컵 포인트 63점을 추가하며 페덱스컵 랭킹 7위로 도약했고 세계랭킹은 지난주 35위에서 1계단 상승한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재는 “올 시즌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페덱스컵 랭킹 30위 안에 들어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라며 “매 대회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해 2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경기 진행을 도운 자원봉사자 롭 시라(Rob Shirra). (사진=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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