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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강철 KT 감독은 '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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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아 전혀 몰랐는데 하나 또 배웠습니다.”

지난해 4월 KT가 긴 연패에 빠졌을 때 이강철(54) 감독은 난감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준비했던 대로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데 자꾸 마찰음이 났다. 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코치로 몸담았던 두산과 넥센(현 키움) 모두 패배보다 승리가 더 많았던 팀이기 때문에 패배가 더 많은 현실이 낯설었다. 누구보다 속이 쓰리지만 티를 낼 수도 없었다.

초보 감독과 치르는 첫 시즌부터 성적이 꼬이니 선수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몸이 굳어버린 선수들을 일깨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선수 시절 고참으로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습득했던 노하우가 있는데 감독이 되자 거리가 생겨서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묻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져가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익혔다.

사무실이란 갇힌 공간으로 불러 면담하기보다 선수들 개개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타격에서 고민을 안고 있던 강백호에게 박병호의 타격에 관한 기사 링크를 보내는가 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 선수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일명 ‘라떼는 말이야’라는 표현과는 정반대로 선수들의 시각에 맞는 접근 방법으로 다가갔다. 원정 호텔방에서 메시지를 받은 선수들은 이 감독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자 선수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성적도 수직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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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도 이 감독의 노력이 엿보였다. 유한준과 박경수 등 일부 선수단이 20일에 먼저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했다. 선수단 본진은 오는 29일 떠날 예정인데 이 감독은 27일에 이숭용 단장과 먼저 날아갈 예정이다. 고참 선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저런 구상을 마치려는 계획이다. 그래서 출국하기 전 홈구장에서 따로 간담회를 마련해 설명했다. 그가 가져온 A4용지 세 장에는 2019시즌에 대한 평가와 2020시즌의 숙제, 그리고 선수단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적혀있었다. 공항에서 했다면 10분 내외로 끝날 간담회가 40분 동안 진행됐다. 감독이 먼저 준비하고 계획하는 모습을 보여야 선수들도 따라온다라는 말과 똑같았다.

이 감독은 2019시즌 중 “이런 말 하면 선수들이 힘들어해요. 그래서 안하려고요”라는 말을 자주했다. 선수단의 고충을 설명할 때에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런 생각도 있더라고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정상에 섰던 선수 이강철은 감독이 되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 감독은 만학도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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