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현장에서]어린 선수 눈높이 맞춘 파파 리더십…미소가 어색하지 않은 호랑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김학범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1일 태국 방콕 알파인 풋볼캠프에서 훈련 중 세트피스 훈련 장비를 직접 옮기고 있다. 방콕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학범 감독 하면 ‘지옥 훈련’ ‘호랑이 감독’ 같은 무서운 이미지가 먼저 연상된다. 성남FC 감독 시절, 동계훈련을 하며 하루 4번씩 이어지는 훈련에 선수들 ‘곡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김 감독의 웃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물론 경기 당일에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호통을 치는 호랑이의 모습이 여전하다. 하지만 훈련장에서는 다르다. 훈련 전 선수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져 긴장을 풀게 만드는 것은 물론, 몸풀기 패스 게임에서도 선수들과 공을 차며 시간을 보내는 김 감독 모습이 자주 보인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였다. 그때도 김 감독은 지금만큼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에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김 감독에게 “이제는 호랑이 감독 같지 않다”고 하니 “나도 변해야지”라는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성인대표팀, 프로팀이 아닌 연령대 대표팀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는 뜻이었다.

이로 인해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며 자신의 진심과 지도 방식을 전달하는 데도 성공했다. 첫 만남 때만 하더라도 겁을 먹었던 선수들도 이젠 김 감독을 믿고 스스럼없이 다가가며 불만 없이 훈련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간 신뢰도 두터워졌다.

아직 대회가 끝나진 않았지만, 이번 대회 김 감독이 꺼낸 말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자면 지난 18일 요르단과의 8강전을 앞두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시 김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자주 바꿨음에도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결이 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보통 선수 뒤에 감독이 있다고 하는데, 우린 좀 다릅니다. 감독 뒤에 선수들이 있습니다.”

경기와 훈련 때는 맹장으로 변하지만, 평소에는 자상한 아빠 같은 김 감독의 리더십에 선수들도 푹 빠져들었다. 오세훈(상주)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깊은 밤에도 김 감독은 비디오분석관이 만든 상대팀 영상을 몇 번이고 되돌려보며 분석에 홀로 고민이 많다. 이때는 먹이 사냥을 준비하는 한 마리 호랑이가 된다. 하지만 선수들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일이 잦다. 호랑이의 미소가 더 이상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랑싯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