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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댄스 음악이 K팝의 전부 아냐… 또 한번 진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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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케이, 팝' 출간한 대중문화 연구자 이규탁 교수

"포크·재즈·EDM 등으로 더욱 세분화할 가능성 높아"

조선일보

BTS 인기 요인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이규탁 교수. /북저널리즘


H.O.T.가 결성된 1996년을 기점으로 K팝의 역사도 어느덧 사반세기(四半世紀). "K팝은 천편일률적인 전자 댄스 음악(EDM)"이라고 하면 대중문화 연구자인 이규탁(43)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손사래부터 친다. 최근 저서 '갈등하는 케이, 팝'(북저널리즘)을 펴낸 그는 "K팝의 25년 역사는 위기에 대응하고 끊임없이 약점을 개선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아이돌 그룹들을 흔히 'K팝 1세대'라고 부른다. H.O.T., NRG, 베이비복스, S.E.S.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시장을 겨냥했다. 음악적으로도 전문 작사·작곡가들에게 창작을 일임했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댄스 음악 일색이었고, 가창력 논란도 간간이 불거졌다.

그러나 2007년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 열풍 이후 빅뱅·소녀시대 등 2세대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그룹 결성부터 중국·일본·동남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멤버들을 영입하거나 어학 공부를 하는 일도 일상화했다. 이 교수는 "라이브 대신 립싱크에 의존해 '붕어 가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1세대와 달리, 2세대부터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말했다.

2010년대의 3세대에 이르면 한국·외국 멤버의 비중이 비슷해지거나, 한국·외국 기획사 합작으로 그룹을 결성하는 등 세계화는 일상적 화두가 된다. 멤버가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하지 않는 그룹이 드물고, 힙합·EDM뿐 아니라 록과 재즈를 아우를 만큼 장르도 다양해졌다. 이 교수는 "국제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경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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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세계화로 최근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수출형 아이돌'도 늘었다. 남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카드(KARD), 필리핀에서 '국민 걸 그룹'으로 대접받는 모모랜드, 태국·홍콩 출신 멤버들이 있는 CLC 등이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국내 활동은 1~2주 정도로 짧게 마무리하고 해외 콘서트와 팬 미팅에 집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그만큼 K팝의 글로벌 시장이 성장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세계시장에서 K팝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고 조만간 팬들이 식상하게 여기거나 퇴조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온다. 하지만 이 교수는 멤버 구성이나 음악적 장르의 다양화를 통해서 K팝이 또 한 번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향후에는 작곡 능력을 갖춘 포크 계열의 싱어송라이터나 힙합적 색채가 대폭 강화된 그룹, EDM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등 K팝도 더욱 세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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