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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코로나 무서워 한국 탈출"… KT 더햄 자진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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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연봉 포기하고 계약 파기… 비행기표도 사비로, 오늘 미국행

조선일보

지난달 프로농구 부산 KT에 입단했다가 우한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으로 27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 /KBL


국내 남자프로농구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 계약을 파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프로농구 부산 KT는 26일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32·미국)이 우한 코로나가 걱정된다며 시즌 잔여 경기에 뛰지 않기로 했다"며 "27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알 쏜튼(37·미국)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더햄은 8경기 평균 11.3점 8.6리바운드 3.1어시스트의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KT 관계자는 "더햄이 남은 연봉을 포기하고 귀국 비행기 티켓도 사비로 구할 만큼 돌아가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다른 외국인 선수 바이런 멀린스(31)도 처음에는 우한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으로 경기에 뛰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어렵게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 정세에 불안을 느껴 돌아가겠다고 한 외국인 선수가 몇몇 있긴 했지만 실제로 농구 외적인 문제로 스스로 계약을 파기하고 귀국길에 오른 선수는 더햄이 처음이다. 고양 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33·세르비아)도 26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벌인 홈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뉴스를 보고 있으면 나도 많이 두렵다"며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도 코로나 바이러스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만약 사태가 악화될 경우 100여명에 달하는 국내 프로 스포츠의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더햄처럼 스스로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 탈출'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무관중으로 리그가 진행 중인 프로농구(남자 2명, 여자 1명)와 프로배구(1명)엔 팀당 1~2명의 외국인 선수가 소속돼 있다. 프로농구는 최대 26명(남자 20명, 여자 6명), 프로배구는 남녀 합해 13명이 뛴다.

곧 막을 올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에도 외국인 선수들이 핵심 전력을 이룬다. 프로축구 K리그는 팀당 최대 5명(국적 불문 3명 + AFC 소속 1명 + 동남아 쿼터 1명)의 외국인이 뛸 수 있고, 프로야구 KBO리그는 한 팀에 세 명씩 외국인 선수 보유가 가능하다.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는 팀당 3명씩 30명이 해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프로축구 K리그는 26일 현재 59명의 외국인 선수가 계약을 마쳤다. 아직 계약을 진행 중인 팀도 있어 코로나 사태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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