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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9년간 감사했습니다”…부산의 아주 특별한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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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29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부산아이파크가 29년 동안 근무한 직원의 특별한 은퇴식을 열었다.

부산은 28일 오후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서 안기헌 대표이사와 조덕제 감독을 비롯한 직원과 선수단이 한 데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29년 동안 부산에서 클럽하우스 관리 업무를 맡은 ‘선수들의 어머니’ 김행순 씨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김행순 씨는 29년 전인 1991년 부산에 입사했다. K리그에 클럽하우스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하던 때다. 당시 부산 선수들은 아파트 두 동을 빌려 생활했다. 김행순 씨는 숙소를 관리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연스레 부산 레전드들의 신인 시절부터 현역 은퇴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부산의 유일한 영구결번 김주성, 1999년 K리그 MVP 테리우스 안정환, 왼발의 달인 하석주, 도쿄 대첩의 주인공 이민성, 2002년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 송종국 등도 모두 그와 함께했다.

치열한 경기 후 땀에 찌든 유니폼, 양말 빨래부터 구석구석 방 청소 등을 하며 선수들을 뒷바라지했다. 그가 선수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유다. 29년 동안 쉬는 날을 제외하면 결근 횟수가 딱 한 번뿐이다. 아들이 군에 입대할 때였다. 이외의 시간은 부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맘 편히 활약할 수 있도록 헌신했다.

그에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일까. 김행순 씨는 콕 집어서 이야기하지 못했다. 부산이 K리그 전관왕을 하며 K리그 무대를 휩쓸었을 때도, 2002년 월드컵의 열풍 속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약할 때도, 지난해 K리그1 승격을 결정지었을 때도 좋았지만 더 즐거운 때가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부상 없이 맘 편안히 웃으면서 생활할 때다. 그는 그런 모습을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29년을 부산과 함께했다.

김행순 씨는 “막상 일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지나간 선수들이 많이 생각난다. 모두가 순수하고 착한 선수들뿐이었다. 시즌이 끝나면 헤어지는 선수들도 많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오는 선수들은 또 정이 금방 들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 시절에 봤던 조덕제 감독도 오랜 시간이 지나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다. 지나간 모든 선수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구단에서도 많이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 항상 마음으로 부산을 응원하고 함께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부산아이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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