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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SPO 현장 인터뷰] ‘생명의 끈’ 붙잡은 최지훈… SK 1군 외야 강타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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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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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건 네 ‘생명의 끈’이라고 생각하고 쳐라”

이진영 SK 타격코치는 한 신인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어깨는 최상급, 그에 걸맞은 수비력, 그리고 느리지 않은 발까지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이 타격이었다. 덩치에 맞지 않게 타격폼이 너무 컸다. 대학에서는 몰라도, 프로에서는 다른 쪽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이를 아쉬워한 이 코치는 주섬주섬 '밴드'를 꺼내들었다.

이 코치의 눈을 사로잡은 신인 외야수 최지훈(23·SK)은 “대학교 때 장타가 너무 안 나오다보니 장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스윙 궤적을 바꿨다. 그런데 코치님들은 오히려 그것을 부족한 부분으로 보셨다. 이진영 코치님께서 밴드로 묶어 팔꿈치가 들리지 않게 해주셨다. 코치님이 농담 삼아 ‘네 생명의 끈으로 생각하고 쳐라’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효과는 제대로 나왔다. 최지훈은 팀 내 자체 연습경기부터 타 구단과 연습경기까지 맹타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첫 연습경기 때는 3루타를 두 방이나 터뜨리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하나는 우중간을 갈랐고, 하나는 좌중간을 갈랐다. 3루까지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는 타구였다. 타구가 더 강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내심 최지훈을 애리조나에 데려가려고 생각했던 염경엽 SK 감독은 이 경기 이후 마음을 굳혔다.

SK의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 지명을 받은 최지훈은 사실 1군 캠프에 합류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프로 구단이라는 자체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하는 모든 친구들의 목표 아닌가. 그런 곳에 와서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하루하루 새로운 일이다. 지명 당일부터 강화도 훈련할 때,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꿈꾸던 곳에 한 발을 내딛은 느낌”이라고 표정을 고쳤다.

그런데 최지훈은 어느덧 개막 1군 엔트리를 놓고 경쟁하는 선수가 되어 있다. 염 감독도 최지훈의 자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염 감독은 “어깨와 수비가 좋고, 방망이도 잘 친다. 발이 조금만 더 빨랐으면 고민하지 않았을 선수”라고 호평했다. 엔트리가 넉넉하지 않은데다 대수비 요원으로는 베테랑 김강민이 있기 때문에 합류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코칭스태프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자체로 연내 1군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힘든 시기를 계속해서 이겨내는 오뚝이 스타일이기도 하다. 다부지고, 포부도 남다르다. 그는 고등학교 때 지명을 받지 못했다. 최지훈은 “나는 잘하는 선수도 아니었고, 어느 하나가 스카우트님들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선수도 아니었다. 내가 부족해서 지명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떠올렸다. 프로에 들어와서는 죽어라 훈련했다. 강화SK퓨처스파크에 합류한 1월부터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며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플로리다 캠프 합류 후에도 야간까지 훈련을 했다. 최지훈은 “몇 년 만에 손바닥이 벗겨졌다”고 했다. 하지만 재밌다. 더 투지를 불태운다. 일부 코칭스태프가 "얼굴부터 스타일, 그리고 남다른 투지까지 서건창(키움)의 예전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이유를 여럼풋이 느낄 수 있었다.

최지훈은 “새로운 곳, 꿈꿨던 곳에 와서 무언 가를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다. TV에서만 보던 선배님, 형들, 후배들과 함께 방망이를 치고, 캐치볼하고, 또 연습한다”고 눈빛을 반짝이면서 “즐겁게 야구를 하려는 스타일이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나는 항상 결과에 쫓기던 선수였는데, 여기서는 코치님들도 ‘결과를 신경 쓰지 말고 배웠던 것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만 확인하라’고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최지훈은 자신의 위치를 잘 안다. 그는 고졸이 아니다. 대졸이고, 1~2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선수다. 그는 “오프시즌 중 웨이트트레이닝을 정말 열심히 했다. 항상 기본기와 코치님들이 가르쳐주시는 것에 신경을 쓰고, 멘탈도 다져서 여기에 왔다”면서 “난 대졸이고,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간절하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 “너무 욕심 부리면 항상 안 되더라. 잘 하려고 하다보면 실수도 많이 나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하는 최지훈은 “그것만 신경을 쓰고 경기를 했는데 결과를 보니 좋게 나왔더라”면서 또 하나의 자기 확신을 찾아가고 있다. 그 확신과 함께 최지훈이 SK 1군 외야에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아니, ‘최지훈 바람’이 벌써 불고 있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 모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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