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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김기자의 B토크] 진짜 프로의 길 선택한 삼성 구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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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시에도 개인훈련에 몰입

연봉협상 지연돼 캠프 지각합류

이승엽 후계자 부담 벗어나기를

잘할 수 있는 걸 잘하는 게 프로

중앙일보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 평가전에서 타격하는 삼성 구자욱. [사진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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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1월 30일 일본 오키나와로 스프링 캠프를 떠나면서 외야수 구자욱(27)을 데려가지 않았다. 2020년도 연봉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구자욱에게 지난해(3억원)보다 삭감된 액수를 제시했다. 구단은 이유가 있었다. 지난 시즌 구자욱은 2015년 1군에 올라온 이래 성적이 가장 나빴다. 타율 0.267, 15홈런·71타점·11도루였다. 타율이 3할에 못 미친 건 처음이다. 2년 연속 20개를 넘겼던 홈런도 줄었다. 공인구 교체로 고려해도 성적이 하락한 건 분명했다.

구자욱도 할 말은 있다. 2015년 신인왕 등 줄곧 팀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는데도, 연봉은 늘 적게 올랐다. 그 기간에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다. 이번뿐 아니라 그간 쌓였던 불만이 터졌다. 구자욱의 연봉 협상 소식을 접한 팬들도 ‘구단이 너무했다’, ‘연봉 조정 신청하라’고 했을 정도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은 연봉 2000만원을 삭감한 2억8000만원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2000만원)를 추가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구자욱은 다른 선수보다 2주 늦게 캠프에 합류했다. 오키나와에 온 구자욱의 몸 상태는 완벽함에 가까웠다. 스프링 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 및 자체 청백전 타격 성적은 24타수 8안타(0.333)였다. 3일 야스다생명과 연습경기에서 결승타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욱은 인터뷰 요청에 “한 것도 없는데…”라며 쑥스러워했다. 그을린 얼굴, 탄탄해진 몸은 훈련 강도를 말해줬다. 프로 선수는 기량을 연봉으로 평가받는다. 평가방식에 대해 불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멈추지는 않았다.

비활동 기간 매일 야구장으로 출퇴근한 허삼영 삼성 감독은 “구자욱이 기계와 싸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 자율훈련 기간에 꾸준히 피칭머신 공을 때렸다. 1월엔 일본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했다. 캠프에 가지 못한 사이에도 경산볼파크에서 꾸준히 땀을 흘렸다. 구자욱은 “아직 좋아지는 단계다. 개인 훈련을 많이 하긴 했다. 스프링 캠프에 합류를 못 하기 때문에 ‘개인훈련이라도 많이 하자’고 생각했다. 놀면 내 손해 아닌가. 더 많이 열심히 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이른 시간에 팀의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성장통을 겪었다. 같은 팀에 이승엽이란 ‘거대한 산’이 있었다. ‘아시아의 홈런왕’ 뒤를 이어야 할 선수이기에, 홈런을 많이 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좀처럼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인데도, 식사량과 운동량을 늘려 근육을 단련하려고 했다.

그랬던 구자욱이 생각을 바꿨다. 그는 “홈런 숫자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억지로 힘을 키우려고 하기보다, 좀 더 많은 공을 정확히 맞히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김정준 해설위원은 “굳이 구자욱이 홈런을 많이 칠 필요가 있을까. 2루타, 3루타를 늘리는 것도 의미 있다”고 조언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프로페셔널’한 태도다.

‘프로페셔널’의 어원을 찾아보면 ‘공공연히’, ‘대중 앞에서’라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 ‘Pro’와 ‘말하다’, ‘고백하다’, ‘가르치다’라는 의미의 ‘fess’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하루빨리 선수들이 대중(팬) 앞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바란다. 그리고 하나 더. 전지훈련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온 구자욱이 선행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의료진 지원을 위해 경북대 병원에 1000만원, 대구 SOS 어린이마을과대구아동복지센터에 500만원씩 전달했다고 한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 선행을 베풀었던 그 액수만큼 인센티브로 돌려받기를 바란다.

김효경 스포츠팀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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