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통합우승 4연패 이끈 노장
일본-미국 거쳐 다시 친정팀 복귀
도박 징계로 개막 후 30경기 결장
시속 147㎞ 던지며 자신감 나타내
특급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쳐 6년 만에 삼성에 돌아왔다. 오승환은 연습경기에서 특유의 ‘돌직구’를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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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돌아온 ‘돌부처’ 오승환(38·삼성)의 얼굴은 환했다. 삼성 투수진에도 웃음과 활기가 넘친다.
지난 시즌 뒤 삼성은 전력 보강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운드는 더 강해질 거라는 전망이다. 삼성의 통합 4연패(2011~14년)를 이끌었던 오승환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은 삼성에서 던지겠다”고 팬과 약속했다. 미국까지 거쳐 결국 약속을 지켰다. 그는 “다행히 복귀 타이밍이나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월 해외 원정도박으로 징계를 받았다. 개막 후 초반 30경기(2019년 42경기 징계 소화)에는 뛸 수 없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시즌 개막 후 홈에선 함께 훈련하고, 원정 때는 경산 볼파크에서 연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돌아온 오승환은 후배들과 대화가 많아졌다. 현재는 과거 그와 함께하지 않았던 선수도 많다. 그런 후배도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오승환은 일일이 대답해준다. 후배, 특히 투수들은 “확실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최고참이지만 농담으로 분위기 띄우는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 허삼영 감독은 “승환이가 내 방에 찾아오더니 ‘제가 정리 다 했으니 감독님이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오승환은 이런 평가에 손사래 쳤다. 그는 “해외에서 최고 선수들을 만났다. 그들의 훈련이 최고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야구는 끝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정답도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나만의 방식을 알려주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후배들과 운동법이나 목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자신의 닮은꼴로 꼽히는 LG 마무리 고우석(21)도 만났다. 오승환은 “구위를 앞세워 타자와 싸우는 법은 닮았다. 어린 선수인데도 벌써 자신만의 운동법이나 훈련이 있더라”라며 칭찬했다.
사실 전에도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더 부각돼서 ‘돌부처’ 소리를 들었지, 오승환의 실제 성격은 활발한 편이다. 이대호, 정근우 등 1982년생 동갑내기들은 “승환이가 돌부처? 절대 아니다. 실제로 얘기해보면 정말 밝고 재미있는 친구”라고 평가했다.
오승환이 떠난 뒤 삼성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산에 내줬다. 2016년부터는 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를 대신할 마무리가 없었다. 그는 “나 하나 왔다고 팀이 바뀌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팀에 많은 것 같다. 후배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고 느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팀도 얻은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오승환은 지난해 8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다. 통증 때문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공을 던지지 않았다. 그는 “사실 수술 받을 때 걱정보다 기대가 컸다. 공교롭게도 10년 주기로 수술대에 올랐다. (오승환은 1999년 경기고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0년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내가 현재 느끼는 아픔을 ‘낫게 하기 위해서’라고 여긴다. 그래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연습경기에서 이미 최고 시속 147㎞를 던졌다. 나이나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자신감’이다. “몸을 ‘0’에서부터 다시 만든다는 생각이었다. 수술 이후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나이? 분명 기량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자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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