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를 건드리지 않고 공을 꺼낼 수 있도록 작은 컵을 배치한 홀컵. [사진 파인허스트 골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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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골프 규칙을 완화했다.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의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골프 코스에서 불필요한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냈다.
이 가이드라인은 최근 골프장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위험 회피 현상을 규칙에 반영한 것이다. 규정은 감염병의 위험이 있는 동안에만 통용되는 일시적 규정이며 강제성도 없으나 그중 일부는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골프 규제기관이 성역처럼 여기던 스코어카드에 대한 내용도 있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커가 아니라 경기자 스스로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다. 이전 스코어카드 규칙은 마커가 스코어를 기록하고, 본인은 이를 확인해 두 명이 함께 사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스코어카드가 마커와 플레이어의 바이러스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기자 본인이 스코어카드를 기재하게 한 것이다. 스코어카드에 마커의 서명은 말이나 행동으로 대신할 수 있다.
또 R&A 규정은 위원회(골프장)가 다른 방법으로 스코어를 접수할 수 있다면,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핸드폰 등으로 스코어를 전송해도 된다면 종이 스코어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동안 벙커에서는 고무래가 사라질 수도 있다. 고무래로 평탄작업을 하다가 이전 골퍼가 남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예 벙커에 고무래를 두지 않도록 로컬룰로 채택할 수 있다. 고무래가 없으면 발이나 클럽으로 평탄작업을 해야 한다.
서양 골퍼들은 골프장의 깃대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지는 깃대가 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자가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새 가이드라인은 경기 위원회 혹은 골프장은 깃대를 홀에 꽂은 상태로 경기하도록 할 수 있다. 깃대를 빼는 골퍼에겐 페널티를 매길 수도 있다.
공이 홀컵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홀컵을 지면 위로 배치한 골프장. [사진 발렌타인 골프장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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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에서는 오염됐을지도 모를 깃대를 건드리지 않는 다양한 방법들이 나왔다.
^홀컵을 지면보다 높게 배치해 공이 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골프장들이 생겼다. 이 홀컵을 맞으면 홀인으로 인정한다.
^홀컵을 규정보다 크게 뚫어 홀인 한 공을 꺼내기 쉽게 한 골프장들도 생겼다.
^공이 깊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홀컵 중간에 작은 크기의 컵을 배치해 꺼내기 좋게 만들어 놓은 골프장도 있다.
대한골프협회 구민석 과장은 “홀의 크기를 키우거나 홀컵에 맞으면 홀인으로 인정하거나 평탄하지 않은 벙커에서 샷을 해야 하는 경우 등은 공정하지 않으므로 핸디캡을 산정할 때는 골프협회 등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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