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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코로나 19,국제 스포츠권력 지형 변화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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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실상 지구촌 모든 스포츠가 멈춰섰다. 종목별 각국 리그는 물론 올림픽마저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2020도쿄올림픽 주최국인 일본은 그야말로 코가 석자 빠졌다. 극우 보수파인 아베정권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종식시키기 위해 정교하게 기획한 올림픽인지라 그들의 고민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아베정권은 시미치를 뚝 떼며 정치적 신념에 동조하는 국민들을 끌어들여 올림픽 개최를 선동하려는 움직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이야 올림픽을 부흥의 불씨로 활용하고픈 생각이 굴뚝같겠지만 문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안이한 대처와 편향적인 태도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위를 고려하기 보다는 올림픽이라는 IOC의 독점적 자산에만 집착하는 행동은 누가 뭐래도 잘못된 처사다. 선수 개인의 건강과 이익이 점증하고 있는 시대에 조직과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려는 태도는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IOC라는 국제기구가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플랫폼비니지스인 올림픽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IOC가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을 그리 간단하게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올림픽이 시대정신과 보편성을 상실해서는 그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IOC와 올림픽은 인류의 역사적 산물이다. 복잡한 역사의 씨줄과 날줄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부딪치며 투쟁하면서 탄생한 게 바로 IOC와 올림픽이다. 그 역사와 맥락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IOC와 올림픽이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

근대 올림픽의 효시인 1896년 제 1회 아테네올림픽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고대 그리스문명에 대한 향수와 신성한 휴전 정신인 에케체이리아(ekecheiria·무기를 내려놓다는 뜻의 그리스어)을 갈구한 당대의 의지와 노력이 합쳐진 산물이 바로 근대 올림픽이다. 근대 올림픽이 오늘날의 올림픽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건 사실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1859~1889년 그리스에서 1~4회 올림픽이 열렸다가 없어지고, 유럽 각국에서 저마다 올림픽이 열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1873년~1958년 74회나 열렸던 영국의 모어페스올림픽 게임(Morpeth Olympic Games)이나 122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다 1954년 막을 내린 프랑스의 론도올림픽경기 등은 IOC와 근대 올림픽의 뒤안길에 가려져 있는 인류의 생생한 역사다. IOC가 근대 올림픽을 독창적으로 고안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IOC와 올림픽이 갖는 독점적 권력과 지위는 실로 대단했다. 이는 스포츠의 상업화를 이끈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제 7대 IOC 위원장(1980~2001년)의 리더십과 카리마스에 힘입은 바 크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듯이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 또한 적지 않다. 상업화에 치중하면서 아마추어리즘 등 스포츠의 내재적 가치는 등한시 됐던 게 사실이다. 그게 바로 스포츠의 상업화와 맞바꾼 IOC의 어두운 역사다. 사마란치 위원장 부임 이전에는 IOC 역시 수많은 국제 스포츠기구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한때 GAISF(국제경기연맹 총연합회)와 치열한 힘겨루기를 할 때도 있었고 지금도 그 권력투쟁은 여전히 유효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한 강한 외부의 충격은 필연적으로 국제 스포츠계에도 많는 변화를 요구할 게 틀림없다. 코로나 19가 끼친 스포츠계의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보는 스포츠’에서 ‘참가하는 스포츠’로의 패러다임 전환일 것이다. 건강에 대한 뼈저린 각성은 이러한 변화의 결정적 동기부여로 부족함이 없다. 과도한 스포츠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뒤따라 스포츠의 내재적 가치 발굴과 몸의 철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국제 스포츠무대에서의 권력지형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했던 IOC의 권위와 위상 변화는 이 같은 분석의 중심에 서 있다. 가성비 높았던 IOC의 플랫폼비지니스 모델이었던 올림픽도 코로나 19로 휘청거리는 아픈 경험을 겪어 다양한 변신이 기대된다. 이번 코로나 19를 통해 IOC의 독선과 아집을 견제하는 IF(국제스포츠연맹)와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거세고 매서웠다. 이는 과도한 상업화와 권력화에 겸손하지 못했던 IOC의 안일했던 행태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IOC가 코로나 19를 통해 받아들여야 할 교훈은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권력에 취해, 돈에 취해, 너무 많은 걸 놓쳐 버렸다. 국제스포츠 권력지형 변화의 신호탄,마침내 IOC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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