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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4주' 아닌 '만 하루'…올림픽 연기 발표도 '연기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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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8년 2월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일본과 스웨덴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4주라는 넉넉한 데드라인을 설정했을 때만 해도 치밀한 시나리오 점검을 떠올렸다. 하지만 결심까지는 ‘만 하루’가 소요됐다. 매머드급 국제스포츠이벤트이자 천문학적인 비용이 따르는 올림픽의 개최 시기를 조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웃할만한 부분이다.

올림픽 개최의 최종결정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지만 실질적인 판단은 개최국, 그리고 수장에 따른다. 정황상 ‘올림픽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기를 결심한 시점은 2주 전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발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아시아에서는 잠잠해지는 것과 다르게 유럽과 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을 휘몰아쳤다. IOC와 일본 정부는 이전까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올림픽 정상 개최 물음표 여론에 WHO 권고 등을 참고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공교롭게도 WHO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팬데믹(범유행) 선언을 했다. 이때 올림픽의 큰 손으로 불리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올림픽 연기론에 더욱더 힘을 실었다. 아베와 ‘밀월 관계’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1년 연기’ 발언을 했다. 놀란 아베는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간 올림픽 취소 여론을 우려한 아베가 트럼프로부터 개최에 관해 지지를 얻으면서도 1년 연기가 확실한 차선책임을 느꼈다. 이후 아베는 겉으로는 올림픽 정상 개최를 주장했지만 IOC와 국제연맹 간의 오가는 대화와 주변 분위기를 살피면서 플랜B를 언급할 태세를 갖췄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WHO 팬데믹 선언 닷새 뒤인 17일 열린 IOC와 국제경기연맹의 긴급 화상 회의 직후 아베는 플랜B를 매만졌다. IOC는 당시 펜데믹 선언에도 ‘올림픽 정상 개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역풍은 거셌다. 우선 개최국 내부 단속부터 안 됐다. 같은 날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JOC) 부위원장을 겸하는 다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의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나온 데 이어 일부 집행위원은 연기론을 고수하면서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였다. 나흘 뒤 미국수영연맹과 영국육상연맹 등은 IOC에 올림픽 연기를 정식으로 요청했고, 이틀 뒤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베 총리는 더는 쫓기듯 버틸 수 없었다. 같은 날 참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올림픽 연기를 처음으로 언급했고, IOC는 곧바로 올림픽 연기 시나리오 검토를 발표했다.

눈길을 끈 건 IOC가 4주 내로 올림픽 플랜B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는데 ‘만 하루’가 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바흐 위원장과 전화 담화로 1년 연기 합의를 한 데 이어 IOC의 공식 발표로 이어졌다. 천재지변 격인 전염병 사태를 고려해 신속 정확한 판단으로 귀결할 수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IOC가 아베의 입을 주시했을 뿐 내부적으로 연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의미하고, 아베도 일찌감치 플랜B를 품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 일각에서 올림픽 연기 발표 과정도 ‘연기였느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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