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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역주행' 황아름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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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대신 JLPGA로 직행

2009년 日서 첫 승 이후 슬럼프

10년만에 4승 거두며 완벽 부활

피지컬트레이닝으로 자신감 충전

"욕심 내려놨지만 대충 절대 없어

'밥 살 정도' 생각으로 즐길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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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황아름(33)은 ‘역주행’의 아이콘이다. 2009년 첫승을 신고하며 화려하게 1부 투어에 데뷔한 그는 30대에 접어든 2018년 무려 9년8개월 만에, 그것도 한꺼번에 3승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1승을 추가해 ‘반짝’ 회생이 아님을 입증했다. 전체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평균타수 역시 2017년 72.52타, 2018년 71.26타, 지난해 71.13타로 계속 낮추며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스포츠클럽에서 만난 그는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황아름은 국내 골프팬들에게 아주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아마추어 시절 5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으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신 곧장 JLPGA 투어로 향했기 때문이다. 중3 때부터 일본어 교재를 통째로 외우며 준비했던 황아름의 도전은 거침이 없었다. 2008년 JLPGA 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뒀고 시드전 수석으로 진출한 정규 투어에서도 1승과 상금랭킹 22위를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상금 30위권으로 순탄한 길을 걸었지만 두 번째 우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조바심 탓인지 2016년과 2017년에는 슬럼프에 빠져 투어카드 유지를 위해 ‘지옥의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2018년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샷과 퍼팅을 교정했다”는 그는 “기적처럼” 2018시즌 막바지에 2개 대회 연속 제패에 이어 징검다리 우승까지 보태며 부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통산 3승째였던 2018년 이토엔레이디스 토너먼트다. “생애 첫 승과 거의 10년 만에 이룬 두 번째 우승은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했어요. 세 번째 우승은 압박감을 이겨내고 제 전략에 맞춰 플레이를 한 끝에 이뤘기 때문에 의미가 컸지요.”

서울경제


황아름의 역주행은 우연이 아니었다. 르메르디앙서울 호텔 스포츠클럽의 강민균(에이마틴 스튜디오) 트레이너는 “운동능력 측정 결과는 황 선수가 다른 여성 골퍼들에 비해 뛰어난 능력과 감각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프로농구 KT에서 10년간 일하며 헤드 트레이너를 지낸 그는 “근력 강화와 스윙에 필요한 밸런스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고 효과가 눈에 띌 만큼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난생처음 체계적인 피지컬 트레이닝을 받아봤다는 황아름은 “지난 시즌 후반 체력 부족으로 몇 번 우승 경쟁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면서 “스윙에 힘이 실리고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니까 자신감이 생긴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만큼 올해 큰 목표를 잡을 만도 하지만, 황아름은 “욕심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이라는 소박한 계획을 밝혔다. “서른 넘어 처음으로 시드전을 치르고 은퇴까지 생각했을 만큼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저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달라고만 기도했고 불가능에 가까웠던 계단을 올라섰기 때문에,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시련을 겪었기에 ‘더, 더, 더’ 하는 욕심은 부리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대충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올 시즌 개막이 지연되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그는 “모두 힘든 이 상황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염려했다. “후배나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밥을 살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앞으로의 골프 인생을 즐길 것”이라는 그는 “한 번도 출전해보지 못한 KLPGA 투어 대회를 경험하는 것도 소망 중 하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사진제공=팜트리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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