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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언택트 시대' 키움 모터 "화상이라도 말할 수 있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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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인터뷰가 처음인데 정말 즐겁다.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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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 중인 키움 모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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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31·미국)가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활짝 웃었다. 모터는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입국한 후 자가 격리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최근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에게 2주간 자기 격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모터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주 동안 구단에서 마련해준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원래 아내와 함께 입국하려고 했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서둘러 한국에 오느라 함께 오지 못했다. 그나마 팀 동료인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가 같이 와 힘이 되어주고 있다. 물론 브리검과 요키시도 각자의 아파트에 자가 격리 중이라 통화만 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2주 동안 머무는 상황은 그에게도 힘들어 보였다. 1일 화상 인터뷰에서 모터는 "창문 너머로만 밖을 봐서 답답하다. 자가격리하게 된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제한적이다. 푸시업, 스쿼드 등 체력운동만 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한 아파트에서 스윙을 할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 음식이 입에 잘 맞는 것이었다. 통역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준다. 치킨, 돼지고기, 라면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접했다. 그는 "식자재를 문 앞에서 받아서 직접 조리도 한다. 라면을 먹어봤는데 맛있었다"면서 "미국 음식은 아직 그립지가 않다. 하하. 자가 격리가 끝나면 나가서 새로운 한국 음식을 더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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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격리 중인 키움 외국인 타자 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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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건, 구단에서 제공해준 다른 팀의 투수 투구 영상이다. 그는 지금까지 5개 팀 영상을 봤다. 가장 인상 깊은 투수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꼽았다. 모터는 "이름은 잘 모르겠고, 안경을 쓴 투수의 투구가 정말 뛰어나서 느낌이 왔다"고 했다.

모터는 전날 KBO에서 연습경기를 오는 21일로 미루기로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개막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할 수 있다. 모터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2주간 자가 격리를 마치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4월 20일에 개막했다면 제대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었다. 손혁 키움 감독도 "자가 격리 중인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는 개막이 늦어지면서 조급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다소 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는 얼른 시즌이 개막하길 원했다. 그는 "나는 빨리 야구하고 싶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야구를 보고 싶어하는데 빨리 하고 싶다. 무관중 경기도 고려하는데 설사 무관중이더라도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강한 열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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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격리 중인 키움 외국인 타자 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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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분 정도의 화상 인터뷰를 하는 동안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아 끊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모터는 계속 통화를 시도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사람들과 대화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지 매끄럽지 못한 화상 인터뷰도 신나는 모양이었다. 그는 "화상 인터뷰를 처음 해봤는데 대화하고 있는 것이 정말 즐겁다.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이기 때문에 콘택트(contact·접촉)가 더 그리운 날들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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